감상의부스러기

Rupert, 또는 Ron 예찬론.

timid 2007. 8. 10. 17:33

 

 

원작이 베스트셀러로서의 영예를 한껏 안았던 해리포터가 영화로 각색된다고 했을 때, 각색과 캐스팅은 영화가 크랭크업된 이후로도 해리포터 매니아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처음 영화관에서 관객들과 만났을 때, 원작을 읽은 이들이 느끼는 실망감과 원작을 읽지 않은 이들의 놀라움까지, 반응은 다양했다. 섭외된 어린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그러한 반응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물론 지금은 어른처럼 커버렸긴하지만- 해리, 론, 헤르미온느, 말포이, 기타등등 [해리포터]시리즈의 캐스팅은 원작의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아이가 있었으니, 캐스팅된 배우들 중 맏형,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가 바로 그이다.

 

론은 원작에서도 그렇게 주목받는 아이가 아니다. 해리의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열등감을 느낀다. 재능은 특기할 것 없고 해리와 더불어 가장 친한 친구인 헤르미온느와 늘 말다툼을 밥먹듯이 하고 마법실습에서는 실수를 연발한다. 최근에는 해리가 그의 놀라운 파수꾼[keeper]의 잠재력을 발견하여 그리핀도르 대표선수로 발탁하지만 론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쉽게 주눅이 드는 성격 때문에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늘 절절매곤 한다. 하지만 나는 감히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론이 가장 빛나는 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유가 뭐냐고?

 론-다시 말해 루퍼트가 연기하는 론에게는 그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해리나 말포이처럼 잘생긴데다가 주인공으로써, 또는 그와 대립하는 인물로서 결정지어지는 전형적인 성격의 아이들과는 다른 그 무언가. 헤르미온느처럼 지적이지 않더라도 그를 그로써 빛나게 해주는 그 무언가가 그에겐 존재한다. 그것은 그 나이 또래 녀석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매력이지만 그 매력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담기란, 특징을 잡기가 어렵고 애매해서 픽션이라는 살을 덧대기도 하는데, 론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소년의 매력이 묻어난다.

 소년의 매력? 그건 또 뭐냐고 물을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하고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론]이라고 하면 어떤 표정이 떠오르는가? 난 아마도 이 표정이 아닐까 싶다.

 

 

 동네에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야구하다가 지붕위로 공이 날아가면, 홈런의 기쁨을 억누른 채 벨을 누르고 집주인 아주머니께 찾아와 [아줌마 공 좀]하고 지어보일 법한 그런 수줍고 멋쩍은 미소. 론은 그런 웃음을 지을 줄 안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옆집사는 개구쟁이의 보편성을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매력으로 승화한다. 그의 most critical appealing은 친근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멋지게 보이려 할 때, 그는 그냥 늘 그렇듯이 씩 웃고 만다. 때론 남들이 짓지 않는 황당하고 뻘줌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보여주지 않는 매력을 그는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한마디로 [소탈하다].

 

  해리는 선택받은 자[chosen one]이다. 그는 이마엔 볼드모트라는 극악의 세력으로부터 승리해냈다는 일종의 표식-흉터가 영광스럽게 새겨져 있고, 외모또한 훤-하다. 잘생겼다. 게다가 퀴디치에서 가장 중요한 탐색꾼[seeker]역할 또한 날렵하게 해내서 경기만 했다하면 스니치를 잡아내 경기의 대미를 장식한다. 리더쉽과 모험심, 영웅으로서 갖추어야할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연중행사처럼 해마다 꼭 무슨 사건이 터져서 호그와트-나아가 마법세계 전체의 구설수에 오른다. 모두가 그에게 다가가고 싶어하지만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먼저 두꺼비모양 초콜렛을 건낸 사람이 론이었다. 해리가 연애 문제나 소중한 사람들에의 상실감으로 괴로워할 때 옆에서 다독이고 무심한듯 시크하게[!] 농담을 건네는 사람이 론이었다. 어쩌면 헤르미온느가 해리보다 론에게 끌린 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모두가 선망하는 매력을 해리가 갖고 있다면 론은 주위 사람들을 끌리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또래 중고등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길게 생각하는 걸 싫어하고 몰래몰래 자기 꼴리는 대로 행동하다가도, 쉽게 부끄러움을 타고 때론 사사로이 위로하고 웃음을 줄 수 있는 평범한 아이. 론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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