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눈물짜내기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더라도
현대사에 몽매한 대한민국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봐야할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엄청 울었다. 영화는 [518 민주화항쟁]이라는 큰 사건보다 개개인의 개별적인 죽음과 희생에 포커스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구하려다 총탄에 맞고, 선생님이 시위에 가담하려는 학생들이 최루탄에 질까봐 눈에 치약을 발라주고, 대학생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곤봉에 맞아 피떡이 되고. [폭도]라는 단어로 결부지어졌던 그들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살아숨쉬는 인간이었음을 영화는 절절한 장면들로 말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관객들은 그 정도만 생각해도 큰 획득일 것이다. 민주주의로의 길이 이렇게도 어려웠음을, 그 길에 이토록 순결한 시민들의 피가 뿌려젹있음을 기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감상에 젖게만드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각적인 영상물로서 갖는 한계랄까. 우리가 이 영화르 보고 우는 일 말고는 '광주에서의 의거'로 희생당한 시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시민들을 폭도로 몰고갔던 거대한 권력에 대해 어떠한 분노도 딱히 표출할 길이 없었다. 여전히 그 날에 광주에서 희생당한 시민들은 그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 권력이라는 것들은 지금도 썩을 대로 썩어서 "29만원으로" 골프를 치고, 강남에 땅을 사고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산다. 우리는 그저 그 앞에서 울면 그 뿐이라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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