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꿈을 꾼 적이 있다. 그게 나의 일인지, 내가 그냥 생각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나서는 그 기억이 너무 슬퍼서 일기장에다가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적었다. "마지막 러브레터."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지막 러브레터였다. 꿈속에서 나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걸 알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편지를 쓰고 있었다. 만약 그 편지를 누구에게 보내는 줄 알았다면, 나는 그래도 그 사람을 계속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이형기의 시, [낙화] 中
사랑은 뭘까. 예전부터, 지금까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랑인지 늘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곁에 있어 좋은것, 그것은 사랑이다." 슬픈 끝이 있을 걸 알면서도 그 사람과 함께라면 그 끝을 넘어서라도 달려갈 수 있을 거 같은 그게, 사랑인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사랑이 하고 싶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잔잔한듯 깊고 거침없는- 마치 바다같은, 사랑이 무척이나 하고싶어졌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이 났던 영화가 또 하나 있다. 제니퍼 러브 휴잇 주연의 [이프 온리]. 상식을 벗어난 시공간에서 두 연인들은 사랑을 하고, 현실의 문턱 너머에 차갑고 분명하게 서 있는 이별 앞에서, 그 사랑을 위해 망설임없는 선택을 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미오는 그 현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천천히[ゆっくり] 받아들였고, [이프 온리]의 이안은 그 현실-내지는 운명을 바꿨다.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들의 선택은 아름다웠고 설령 다시는 연인과 함께할 수 없더라도 후회하지 않았다. 아름다웠다.
'감상의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치기! (0) | 2007.08.10 |
---|---|
Rupert, 또는 Ron 예찬론. (0) | 2007.08.10 |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0) | 2007.07.13 |
해부학 교실 (0) | 2007.07.13 |
하얀 거탑 - 1악장 Allegro, Allegro. (0) | 2007.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