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사랑과 질투의 화신, 비담

timid 2009. 12. 1. 11:26

 

 

2차 시험 끝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는 어김없이 욕하면서도 또 보게되었다. [선덕여왕]을.

덕만이는 재위 전에 갖고 있던  지혜와 용기를 잃어 매력을 잃고 유신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양 헐떡거릴때

비담만 미실의 빈자리를 버거운듯 버티고 서있었다. 그의 캐릭터는 내가 포스팅으로 여러번 언급했듯 기존의 어떤 드라마속 인물들보다 비상했다.

출생부터 지금까지 그의 인생은 가엾고 기구한 것이었다. 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것,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을까?

그런 그의 운명이 그를 그렇게 어둠과 외로움속에 몰아넣었기에 반란을 일으켰다면 참 슬픈 일이다.

어제의 선덕여왕은 마치 그리스 비극을 보고있는 기분이었다.

사랑을 위해 나라를 차지하려는 남자와, 나라를 위해 사랑을 포기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랄까.[캬-]

그동안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연모의 마음을 꾸역꾸역 토로해내는 비담에게 덕만은 차갑게 거절을 '선고'했다.

그녀가 즉위한 이후로 미실의 자리를 대신하며 늘 누군가를 견제하고 노려보기만 했던 차가운 그의 얼굴이 슬픈 빛을 띤 것은 오랜만이었다.

가여웠다.

어머니에게 일찍이 버림받고나서도 줄곧 그녀를 그리워했고 잊지 못하는,

스승에게 늘 경계의 대상이었음에도 스승을 위해, 자신을 위해 늘 웃는 얼굴로 스승을 대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면 거절당할 걸 알기에 그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가 참으로 가여웠다.

아낌없이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를 반역자라 욕할 수 만은 없을 것 같았다.

반역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차지하고싶었던, 세상에 대한 원망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그를 위로해주고 싶다.

그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차가운 세상이 차가운 사람이 미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