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그 자리에 오르면 다 그런건가?

timid 2009. 11. 23. 23:07

 

 

오늘 본방으로 선덕여왕을 봤다. 도저히 루즈함을 참을 수 없고 이전에 느꼈던 매력들이 온데간데 사라져버린 이 드라마에 나는 결국 티비를 끄고 말았다. 답답했다. 선덕여왕의 모습이. 얼마나 똑똑하고 영리하던 그녀였는가? 천하의 지략가 미실의 술수를 읽어내고 그녀에 대적했던 덕만의 비상한 두뇌는 도대체 어딜 간건가? '그 자리'에 오르면 결국 다 똑같아 지는건가? 무거운 왕관때문에 머리 굴리기가 힘든건가? 비담도 월야도 춘추도 생각하고 있는 불보듯 뻔한 앞날에 눈이 어두워지고,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왕좌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할 뿐. 몇 마디 신하들의 말에 제대로 항변조차 못했다. 작가들에게 다시금 실망스러웠다. 이래서 연장방송을 하면 안된다. 캐릭터의 개성은 하나같이 죽어버리고 남은건 힘아리 없는 스토리뿐, 비담은 미실만큼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갖기엔 아직 연기내공이 부족해보이고, 미실의 머리를 똑같이 하고 나오는 선덕여왕은 예전의 명민함을 잃은 우둔한 그저 평범한 왕으로 전락했다. 그저 유신의 앞날을 걱정하는 평범한 여인에 지나지 않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역사에도 없는 역사를 지어내 거짓 감동을 지어내는 이 드라마가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치 지난날 미실의 계략과 온갖 술수에 무력했던 진평왕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뜩이나 말끊어먹고 질질 끄는 것도 꼴보기 싫은데 이젠 캐릭터마저 매력을 잃다니 더이상 선덕여왕을 볼 이유가 내겐 없다. 재미가 없다. 한마디로 딱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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