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dead poets society

timid 2006. 10. 2. 00:03

 

이 영화를 이제야 본 내 무식이 한심하다.

 

Carpe 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한때는 잘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따르는 선생님은 그런 선생님이고, 나 역시 그런 선생님을 따라왔었으니까. 능력있고 박식하고 그걸 아이들에게 전달할 줄 알면 그게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쨋거나 난 지금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교대에 들어와있다. 교육대학원을 나오지 않는 이상 잘 가르치는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되는건 어렵고, 난 선생님이 되는 보다 더 쉬운길을 택한 것이었다. 다만 처음엔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바로 이 영화에 나오는 키팅선생님같은 용기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 자리라는 생각에 난 설레인다. 입시와 공부에 치여 '현재를 즐기라는' 선생님의 말이 지나가는 개소리로 들리기 시작할 입시지옥 속 아이들보다는 아직 꿈이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내가 앞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칠것처럼 키팅 선생님이 닐을 처음부터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적어도 닐이 그런 극단적인 길을 가는 것만은, 그리고 닐이 가고싶은 길을 갈 수있게 길을 터줄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난 참 행운아다. 더 늦기전에, 아이들에게 인생을 extraordinary하게 살라고, 말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거니까.

어쨋든 이 영화는 현실에 따른다.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넘치던 닐이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죽음을 선택하자 학교와 모든 것들이 키팅선생님에게 전가한다. 카메론의 말처럼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차라리 애초에 키팅선생님이 없었다면 닐이 자살을 택하지도 않았을거고 그들 모두 죽은 시인의 사회니 나발이니 하는것들은 애초에 신경쓰지 않고 입시만 바라보며 3년동안 공부에만 매진했을거다. 그럼 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미래의 은행점장님이나 변호사가 되는 것이 원래 그들이 가야할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가야할 길을 결정하는 것은 교장도, 키팅 선생도 아니다.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나,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야할 길은 동시에 내가 가고싶어하는 길인 것이고 키팅 선생님은 상식으로부터 벗어날찌언정 용기있게 그 길로 갈 것을 안내했던 소탈한 안내원일 뿐이었다. 그가 잘못한 것은 없다. 오히려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 둘 일어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엔, 그가 그렇게 가르쳐주고싶어했던 것들, 그들은 꿈을 찾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있다는 사실, 그 모든 것들을 깨달은 열일곱 청춘들의 순수한 열정이 담겨있었다.

난 열일곱이나 되는 머리 큰 녀석들을 그렇게 깨우쳐 줄 능력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교육일선에 나간다면 그 아이들의 머리통이 너무 커버려서 타성에 젖어 키팅 선생이 가르쳤던, 그리고 죽은 시인의 사회 회원들이 가고자했던 그 길을 부정하기 전에 먼저 알려주고싶다. 너의 길을 가라고. 그것이 너의 하루를 즐기고,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할 carpe diem이라고.

죽은시인의사회_115980067159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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