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도 없이 몇일 동안 사라졌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그냥 조금 바빴다며 웃는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둘이 만날때 자꾸 누굴 부르려하고
마지못해 대꾸를 하고
딴 생각에 마냥 잠겨 있는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늦은 밤중에 보고싶다 전화와서
달려나가면 그냥 나의 품에 안겨
한참 울면서 끝내 아무말이 없다가
참 미안하다고 늘 고맙다는
그건 어쩌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몇번씩이나 이유없이 한숨을 쉬고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
창문밖을 바라보고 있는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싫어졌냐고 좋아하긴 한거냐고 몰아세울땐
그냥 나의 손을 잡고 한참 울면서
끝내 아무말이 없다가
잘 모르겠다고 왜 이러는지...
그건 아마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이젠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김동률, 가끔 그의 이런 섬세함이 두렵기도 하다.
이 사람이 산 생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도대체 사랑이란 걸 얼마나 징하게, 여러가지로 해봤길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격하고 순한 감정을 모두 이렇게 잘 그려내는 지,. 이별을 예감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스스로 되뇌인다. '이젠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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