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한 홍콩의 거리. 작은 골목을 돌고돌아 도착한 허름한 가게.
젊은 사내는 종이봉투에서 꺼낸 권총을 한 중년사내에게 겨눈다.
탕-.
붉은 피를 뿜는 중년. 사라지는 젊은이.
뿌린대로 거두리라.
다소 섬찟하기까지한 이 말. 2003년하고도 10년 전, 즉 1993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앞에 예영효가 던진 말이었다.
유건명은 한침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의 부인 메리에 대한 염정을 차마 떨치지 못한다. 메리는 그녀 나름대로 큰 야망을 품고 있다. 그것은 지금 예가[豫家]의 손아귀에 있는 홍콩조직의 패권을 남편 한 침에게 쥐어주는 것.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 그녀는 경찰 황국장과 손잡고 조직의 수뇌 예가를 암살하기로 합의한다. 건명은 그러한 메리의 명령에 따르고, 결국 이 암살사건은 조직을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몰고간다. 아버지를 잃고 보스자리에 앉은 예영효의 선무는 단연 복수.
한편, 예가의 또다른 아들이자 예영효의 이복동생인 진영인[본명 예영인] 황국장의 밀지를 따라 조직에 입문한다. 그는 형제를 어떻게든 체포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고 처음 접하는 조직의 혼란속에 차츰 적응해간다.
영효는 사설탐정을 통해 황국장과 한 침의 부인 메리가 아버지의 죽음을 공모했음을 알게되고,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복수의 칼날은 예가 밑에서 마약밀매를 도맡던 한 침을 포함한 예가의 충복들과, 황국장까지 위협한다.
다행히 메리의 충고를 받아들여 마약밀매상 중 유일한 생존자로 살아남은 한 침,
배후의 황국장의 도움을 얻어 메리 역시 여기저기로 도피해가는동안 메리를 향한 건명의 애착은 짙어져만 가지만 메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더 차갑게 건명을 밀쳐내기에 이른다.
"난 니 보스의 여자야"
생존 이후 한 침은 태국 마약 밀매상과 결코 서로를 믿을 수 없지만 또한 믿을 수 밖에 없는 불안한 구도 속에 서게 되고 이를 걱정한 메리는 태국에 찾아가기를 시도하던 도중 복수에 혈안이 되어있던 예영효의 눈에 띄어 그녀 역시 복수의 희생양으로 죽어간다. 건명은 그런 그녀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신에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
메리는 그렇게 죽음 이후, 한 침은 태국 마약 밀매상의 신뢰를 얻고, 그의 힘을 빌어 재기하기에 이른다. 홍콩으로 돌아온 한 침. 그가 해야할 일은 이제 단 하나, 황국장과 합작하여 예영효를 치는 것 뿐이다. 그는 홍콩으로의 귀환을 감행하는데 이어 황국장에의 복수가 와전되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그의 동료 나xx[이름 기억안남]살인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를 자청한다.
살인사건. 그것은 예영효가 쌓아온 예가의 명예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예영효는 예측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과 한 침에 대한 강한 분노를 감출수 없다.
예영효와 한 침의 재회. 둘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예영효는ㅡ황국장 일행이 도착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한 침을 그자리에서 죽일 수 있지만, 그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걸린 시간은 그를 도와주지 못한다. 너무 늦어버렸다.
어느새 둘을 둘러싸는 경찰. 예영효는 여지없이 한 침에게 총을 겨누고, 황국장은 예영효에게 총을 겨눈다. 팽팽한 긴장상태.
탕ㅡ.
둘 중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가운데, 황국장의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영효를 부축하는 영인. 이복동생의 품 안에서 최후를 맞이하면서도 품속에 들어있던 도청장치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던 영효의 모습은 복수의 화신이라기보다는 연민해야할 작은 인간일 뿐이었다. 사방에 적.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오직 고독과 그를 이겨내려는 욕심. 그리고 복수를 위한 칼날 뿐이었다.
[이 영화를 본지가 벌써 2년이 다 되서 기억이 잘 안난다.] 영인은 임무를 완수해서 경찰직을 회복할 수도 있다. 부둥켜안은 적. 아이러니한 상황. 영인의 상처는 그렇게 깊어져가는동안 상황은 종료되었고, 증인이라는 자리에서 조차 해방된 한 침은 가차없이 예영효 일가를 몰살하는 것으로 피의 복수는 피로 종결짓는다.
이제 예가에 남은 사람은, 진영인에게 남은 사람은 오직 진영인 혼자다.
무엇도 쥘 수 없고 가질수 없는 패배자의 삶에 끊임없이 절망해가며 그는 점점 조직에 적응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예영효가 남기고 간 잔상 중 하나일지도.
1994. 홍콩 반환의 그 날.
건명은 승진하게 되고, 한 침은 그의 아내가 원하던 대로 홍콩 최고의 조직 삼합회의 보스 자리에 오른다. 둘의 가슴 깊은 곳에 메리를 간직한 채 그들은 그렇게 새해를 맞이한다.
그 날 늦은 새벽, 술에 취해 혀가 배배 꼬여서는 제 몸하나 추스리지 못하는 여자 하나가 경찰서에 잡혀 들어온다.
"이름?"
"메.....메리."
짠해지는 건명의 표정. 순간 말없이 '메리'란 이름을 가진 그 여자를 빤히 바라본다. 미소.
그리고. 또 다시..
무간도 2에서 잊을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오늘은 완전 정리도 안되고 마구써버렸다 젠장알게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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