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디에서 퍼온 '마르지 않는 샘'의 댓글

timid 2011. 11. 8. 18:09

 

특히 3월 초, 학급을 디자인해 갈 때에는요.

적어도 그 첫 1~2주, 학급을 만들어갈 때엔 최대한 자유의 폭을 줄여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갑니다.

울타리를 좁게 쳤다가 점점 넓혀가는 방식으로 민주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주적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풀어놓고, 무조건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면...

아직 훈련되지 않은 아이들은 방종의 길로 쉽게 들어서는 걸 봤기 때문에 그래요.

 

모르겠습니다.

물론 인디의 훌륭하신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처음부터 학급의 규칙이니 뭐니

모든 것을 함께 만들어가시면서도 좋은 지도력을 발휘하시는 것 같지만,

저로서는 아직 거기까진 역량이 미치지 못하나 봅니다.

그리고... 그게 정말 좋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아직까지는 썩 동의하지 않아서요. ㅎㅎ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학급 공동체이긴 하지만,

교사가 기준 틀을 가지고 이끌어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선을 확실히 그어놓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아이들에게 무섭게 한다거나, 강제로 억압한다거나, 의견을 묵살하지는 않아요.

다만 예의를 좀 많이 강조할 뿐이죠..;;;

학생의 역할과 권한, 교사의 역할과 권한이 다르다는 것을 꼭!! 강조하기도 하죠. 

전, 3월 시작할 때 생활지도에 있어서 딱 2가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1) 말투: ~다. ~까? 로 끝나도록 해요. 어른에게 좀더 정중하게, 격식(?) 갖춰 말하도록 합니다.

심지어 인사도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하십니까'로 연습시켰습니다.

물론 저 역시, 수업이나 전체 앞에서 말할 때는 반드시 저런 말투로 정중하게 말합니다.

 

2) 제가 부르면 항상 '네, 선생님' 이라고 대답하고, 제 앞에 오도록 했습니다.

오기 힘들면 최소한 바로 고개 들어 쳐다보기라도 하라고요.

"왜요?" "싫어요" 는 금지어로 지정해놓았습니다.

이게 1번 말투 훈련과 결합되면, 아이들이 교사의 부름이나 질문에

함부로 툭툭 말을 던지지 않게 됩니다. 저절로 예의범절이 연습된달까요...;;;

전 예의라는 것도 일종의 숙달된 습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건 수업 부분과 관계되지만, 또 기본 생활습관이기도 한데요,

수업시간에 제가 말을 하거나, 혹은 누가 발표를 하거나 할 때,

반드시 그 사람을 쳐다보도록 했습니다.

그게 경청의 시작이고, 또 최소한의 존중이라고 하면서요.

 

"선생님 역시 사람이고, 너희들에게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 여러분의 말을 무시하고, 쳐다보지도 않으면 기분 나쁠겁니다.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선생님을 바라보세요. 존중하세요." 라고 말했고,

그래서 저희반의 집중 구호는 '존중' 입니다.;;;;

 

... 쫌 무섭나요? ㅎㅎ

딱 2주만 신경써서 훈련시키면 1년 내내 지속됩니다.

옆반 선생님께 저희반 군대같단 말도 들어봤어요. ㅎㅎ

인사도 "안녕하십니까"에다, 깍듯하게 고개 숙이지,

제가 부르면 "네, 선생님" 하고 달려와서 앞에 서지...;;;;

 

전, 말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ㅎㅎ

사실 그렇지 않나요? 말을 쉽게, 툭툭 내뱉기 시작하면, 정신도 마음도, 행동도 해이해지는 거...

말투가 잡히면 생활지도도 잡힌다고 생각해요.

 

 ... 저희반 아이들은 매년 그러더라구요.

"선생님, 처음 3월에는 무척 깐깐하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요, 정말 좋고 즐거웠어요!!"

라구요.

그래서 적어도 제 생각엔, 제 방법에 썩 나쁜 것은 아니라고 여기면서 밀고 나가는 중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