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공부하는 거 눈치보면서 공부하느라 놀 일이 생겨도 불안하던 요즘이다.
저번주 토요일에 다정이랑 <다음> 님께서 당첨시켜주신 예매권을 들고 차우를 보러 갔다.
평점도 고만고만, 신정원 감독은 이전 작품 <시실리 2km>이 너무 부대꼈던 작품이라(우리 이쁜 임은경 언니...... 지못미ㅠㅠ)
사실 별 기대 없이 보러 간 영화였다.
그런데 기대 없이 보러 가서 그런가? 그 전날 봤었던 주성치의 B급 영화가 생각나서 그런가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 무섭고 끔찍한 장면이 많아서 눈을 가리고 보긴 했지만 아주 즐거웠다. 공부 걱정 잠시 잊고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보고 난 후에 하도 시종일관 난삽스러웠던 스크린 때문에 보고난 후에 잠깐 정신이 멍 하긴 했지만
아무튼 오락영화로는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신정원 감독은 분명 독특한 사람이다. 그의 열렬한 B급 사랑은 전작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긴 했지만
이 작품은 그런 애정과 대중성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은 듯 관객들도 큰 부대낌 없이 보기에 적당해보였다.
캐릭터 하나 하나의 개성은 톡톡 튀면서도 영화와 잘 어우러졌다.
혹자들은 허접한 차우의 그래픽 효과를 지적했더랬지만
오히려 차우에 돈을 좀 더들여서 현실적이고 그럴싸한 괴물로 만들었다 치자.
어쩌면, 감독이 좀더 영리하고 치밀하게 영화를 제작했더라면 <괴물>같은 수작이 나왔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내가 신정원 감독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그렇지만
감독이 컴퓨터 그래픽에 너무 많은 역량을 소모했더라면 <디워>같은 겉만 번드르르 속 빈 강정같은 영화가 나왔을 확률이 더 크다.
그래픽은 좀 허접스럽더라도 개그에 초점을 맞춰서 어줍잖은 블록버스터가 되느니
인상적인 코미디 영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여기저기 빈틈이 보이고, 도대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 애매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B급이란 이름하에
관객은 어느 정도 관대함을 견지할 수 있었고 감독 역시 그 안에서 자기 취향대로 영화의 요소 요소를 따다가 맛있게 버무려냈다.
조금더 정련화되던지, 아니면 더 자기 취향으로 가던지 신정원 감독의 발전가능성은 무한해보인다.
후반부에 아기 멧돼지의 시크한 노려봄은 차기작을 염두해둔 것인감ㅋㅋㅋ 여튼 그의 다음작품을 기대해보면서 평은 여기서 접겠다.
의협심이 넘치는 건지 그냥 다혈질인 건지 엄포스님은 시종일관 잘도 뛰어댕기셨다.
흙탕물을 뒹굴고 미친듯이 뛰어다녀도 씩 웃는 미소로 매력폭발+_+ 역시 내맘을 사로잡는 그+_+♡
경찰관 중에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허우대 멀쩡하고 행동은 매엥했던 경관과 유순한 듯 맨날 진압봉을 찾던 경찰서장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허우대 멀쩡한 중앙에서 내려온 아자씨. 하얀거탑에서 의국장으로 활약했던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
뭘 그렇게 주섬주섬 챙겨가지고는.. 홀짝홀짝 잘도 챙겨먹두만.
이런 조연의 숨은 개그 코드 하나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꽤나 애를 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이 아저씨... <비열한 거리>에서도 포스 작렬하는 두목으로 나왔었는데, 이제 보니 포스 있는 면 말고도 매력적인 구석이 꽤나 많다.
특히 정유미를 짝사랑하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잊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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