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 이후 이렇게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작년에 그렇게 봐야지 봐야지 벼르고 별렀지만 결국 보지 못했는데 올해 좋은 기회를 통해 보게 되어 정말 기쁘다.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는 아사코와 그 엄마, 새아빠에 대한 이야기였다. 난 왠만한 공포 영화는 좋아하지도 않고 그 속에 나오는 귀신을 무서워하지않았지만(응? 정말?) 기담 속 귀신은 너무나 섬뜩하게 무서웠다. 낮에 봤는데도 소름이 쫙쫙 돋았더랬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인경과 그의 남편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의 슬픔보다 더 지독하게 사람을 홀리게하는 망령이 또 있을까?
아마 우리가 귀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귀신이 있다고 믿는 것은 정말 귀신이 존재해서라기보다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인간의 고집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렇다.
기담 속 두사람의 이야기는 옛날 김시습의 고전 [금오신화]와도 비슷하다.
너무나 사랑해서, 그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 조차 부정하고 싶을 만큼 너무나 사랑해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음에도 다시 돌아올거라고 확신할 만큼 너무나 사랑해서
어느새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웃고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두번 이별하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 사랑한 잘못밖에 없다.
너무나 사랑해서 그 사랑을 잃은 아픔이 너무 커서
그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정말 잃었던 그 사람의 영혼이 돌아왔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신음하는 소리가 그 사람의 영혼을 만든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어쨋든 남겨진 사람에겐
사랑한 잘못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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