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사람의 남자가 있습니다.
일을 위해 사랑을 하는 남자와
사랑을 위해 일하는 남자.
일을 위해 사랑을 하는 남자에게 사랑은 참 쉽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면 돈이 생깁니다. 그는 얄팍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호스트의 세계에 아마 누구보다 더 빠르게 적응했을 것입니다. 그는 인기 있는 호스트는 아니었지만 여자들의 마음을 갖고 놀 수 있는 교묘한 재주를 갖고 있었습니다. 많지 않은 여자들을 거쳐가며 많은 돈을 얻어냈습니다. 빠른 시간안에 호스트 사회 내에서 인정받는 '형'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 일하는 남자는 다릅니다. 비록 생계를 위해 이 세계에 뛰어들었고 많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기는 했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거짓 사랑으로라도 자기의 아픔을 치유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도 한때 잘나갔었다고, 여기 있어야할 사람이 아닌데,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닌데. 그는 이 진창같은 현실에 이대로 안주해버리게 될까봐, 벗어나려는 자기 의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끊임 없이 자기의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스스로가 그저그런 호스트랑은 다르다는 걸 늘 상기하려 애를 씁니다. 그래서 그는 상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가끔 자기도 몰랐던 진심을 열면, 그것은 정말로 진심이기에 매력있었고, 그는 빠르게 여자들에게 사랑받는 호스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진심이었고, 그 진심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여자들이 갖고 싶은 만큼 갚진 것이었으니까요. 그런 그에게도 진짜 사랑이 찾아옵니다. 그가 사랑하는 그녀 역시 자신을 그만큼이나 진심으로 사랑하길 바랬는데, 이게 왠걸. 데이트 후 첫날밤 그녀의 욕실에 칫솔은 너무 많습니다. 그 녀역시 호스티스이기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쿨하게 넘어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 그녀를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더욱 집착하게 되고 그녀가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쉽게 빠져나오려 하지 않죠. 여기있으면 돈도 쉽게 벌 수 있고 이렇게 돈을 모으게 되면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작은 옷가게 정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작은 소망이라면 소망입니다. 남자는 여자의 소망을 함께하고 싶으면서도 그녀의 생활이 넌더리가 나게 싫습니다. 그녀가 자기를 그냥 호스트로만 생각하는 것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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