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뼈아픈 후회

timid 2005. 10. 16. 10:24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황지우님의 시는 마음에 와닿는 슬픔이 많다.

이건 내가 아닌 누구의 마음에도 와닿는 슬픔의 시다. 이건 후회가 아닌 슬픔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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