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남의 일만 같았는데 막상 닥쳐오고 보니, 새삼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고3이다. 고3씩이나 되쳐먹은 녀석이 지금 모니터 앞에 앉아 한가로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게 참 한심스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가 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도 한심스럽게 여겨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몇번의 모의고사를 치루고 250일 남짓한 수능을 앞둔 나는,
언제부턴가 고3이라는 벼슬에 염증을 느껴간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염증을 느낀다. 새삼스레.
도대체 우리가 뭘 위해 이렇게 공부해야 할까. 이렇게 공부같지도 않은 공부,-늘 문제풀고 유형을 달달 외워서 우리가 얻는 게, 고작 명문대학교 입학원서라는게 요즘들어 새삼 허탈하게만 느껴진다. 그까짓 종이한 장을 위해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한밤중에 들어오고, 그 동안에는 하루죙일 문제와 씨름하고 스트레스받고.
아무리 우리나라가 학벌주의 국가라지만, 이런 피상적인 지식으로 얻은 학벌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 의미없는 학벌로 사람이라는 고귀한 존재의 질을 평가하는 우리나라가 참 우습다. 그 우스운 집단 속에 내가 껴있는것도 정말 웃긴다.
언제까지 이런 전쟁같고 지긋지긋한 삶을 이어나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바뀌어야한다. 이렇게 가서는 우리나라는 온통 획일화된 교육속에서 바보들만 사는 나라가 되버릴지도 모른다.
난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서 공책이나 문제집 한 구퉁이에 이런 말을 써넣곤 했다.
"지금 포기하면 많은 것이 바뀔 테지만, 성공한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그게 내가 고3생활을 하는 이유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다. 적어도 내가 이 사회속에서, 무엇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우둔한 고등학생에서 학벌이라는 재미난 훈장을 달게 되면 그 훈장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런생각으로 이제 그만 컴퓨터를 꺼야겠다.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한다. 내 힘으로, 내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