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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정리했다. 스크랩한 글들은 따로 모으고, 내가 쓴 글은 다른 카테고리로 옮겼다. 그런데 옮기면서 느낀 건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오프라인에서 친한 누구도 이곳에 들어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은 많아졌는데
그렇지 않는 글을 쓰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거다.
이렇게 제목을 "그냥 끄적끄적" 등 아무 이유없이 뭔가를 적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건 다이어리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을 갖는것이 어색해졌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 글씨 참 예쁘다. 방학도 되었는데 여기에 적을 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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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짝사랑을 해보았겠지만 나는 그게 유독 심하고 그러면서도 그 심한 마음이 드러나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누군가 주시해서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빙산같다. 또 간암같기도 하다. 평소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다가
말기에 가서야 꾸역꾸역 증상들이 고개를 드니 말이다. 방학이 되었고 그 사람을 볼 일이 없어졌다. 마음이란 정말 이상해서 그렇게 학기중에 만날 때는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었더랬다. 예쁘지 않은 모습 보이는 것도 싫었고 한편으로는 이 마음이 접히거나 없어져버리기 위해서는 차라리
하루종일 안보는게 더 나을 거란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바보같고 멍청했다는 것을 이제와서 뼈저리게 느낀다.
말했어야 했다. 그리고 말해야 한다. '하고싶은 일'이 '해야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마음에 지독하게 퍼져버린 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시간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그사람이라는 의사이다.
그 사람은 이렇게 입을 막고 끙끙거리고 있는 내 마음을 열어 꼭 안아주어서 암같은 마음을 치료해주거나
아니면 차라리 차갑게 밀쳐내어서 암 덩어리를 잘라내어 죽일 수도 있다.
만약 기숙사에 살고있다면 매일이라도 학교에 가서 보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다.
용기를 내서 이제는 말해보고 싶다. 말해야 한다. 후회라도 남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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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있는 시간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싫어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있거나
영화나 드라마 등 뭔가를 보고 있거나 여튼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수잔 캠벨 아줌마가 해준 말대로 부지의 침묵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걸 참을 수 없다. 왜 그런지는 생각을 좀 해보아야 겠다.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여튼 나는 침묵은 곧 단절 내지는 소통의 반의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이제 알았으니 고쳐야겠지만 여튼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는 하물며 라디오라도 틀어놓아야 한다.
그래서 집에 혼자있을 때는 언제나 내가 들을 수 있는 영역 내에서 라디오를 켜둔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지 않거나 정말 형편없는 디제이가 진행을 하고 있을 때면 라디오를 끄고
내가 선곡표를 짜서 노래를 부른다. 엠피쓰리가 없어지고 나니 이렇게라도 해서 음악감상을 하는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제와서 내가 느낀 경이로운 사실은
유희열이 혼자 하는 사랑을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사실이다.
가사만 봐도 느낄 수 있다. 다른 사랑 보다도 짝사랑을 그려내는 그의 능력은 탁월하다.
그의 사랑 노래는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첫사랑의 아픈 상처에 괴로워할 때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는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였다.
물론 그 노래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명곡이지만
그 때 내게 와닿는 그 노래의 의미는 엄청났다.
'첨엔 혼자라는 게 편했지, 자유로운 선택과 시간에 너의 기억을 지운 듯 했어. 정말 난 그런 줄로 믿었어.
하지만 말야, 이른 아침 혼자 눈을 뜰 때 내 곁에 니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때면 나도 모를 눈물이 흘러..
변한 건 없니? 나를 웃게한 예전 그 말투도 여전히 그대로니?
난 달라졌어. 예전만큼 웃진 않고 좀 야위었어. 널 만날 때보다...
나를 이해해준 지난 날을 너의 구속이라 착각했지. 남자 다운 거라며 너에게 사랑한단 말조차 못했어.
하지만 말야 흰 종이에 가득 너의 이름 쓰면서 너의 전화 걸어 너의 음성 들을 땐 나도 모를 눈물이 흘러..
변한 건 없니? 내가 그토록 사랑한 미소도 여전히 아름답니?
난 달라졌어, 예전만큼 웃진 않고 좀 야위었어, 널 만날 때보다...
그는 어떠니? 우리 함께한 날들 잊을 만큼 너에게 잘 해주니?
행복해야해, 나의 모자람 채워줄 좋은 사람 만났으니까..'
그는 어떠니? 우리 함께한 날들 잊을 만큼 너에게 잘 해주니?
행복해야해, 나의 모자람 채워줄 좋은 사람 만났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태연한 척 그 사람의 안부를 묻는 이 노래가 어쩜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던지. 그래서 그런 줄만 알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그게 내 몫이라고.
그래서 그애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그 편지도 찢지 못하고 멀어지는 그 애를 그냥 보내버렸다.
이 노래가 내 애정관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은 그땐 몰랐는데.
그땐 화를 내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다고, 그건 너와 내가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이라고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땐 내겐 그럴 만한 자신감이 없었다. 어쩌면 지금도 그렇다.
그 이후에도 내가 들은 토이의 노래, 내가 감동받았던 토이의 노래는 늘 그런 식이었다.
노랫 속 사랑은 항상 미완성이거나 두사람이 만드는 사랑이 끝난 후 혼자 남은 사랑에 대한 슬픔과 서정이 잔뜩 묻어났었다.
좋은 사람, 내가 남자친구라면, 기다립니다,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그럴 때마다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 등..
그 노래를 좋아하면서 내가 그 노래의 주인공들-미련하게 혼자 반쪽자리 감정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닮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젠 기쁜 사랑 노래만 듣고 싶고 기쁜 사랑 노래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토이의 미칠 듯 아름답고 슬픈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 싶다.
'사랑노래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마 조금 덜 웃고 조금 덜 울겠지?' -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의 블로 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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