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응수씨

timid 2008. 1. 8. 14:12


이분의 존재감을 처음 느낀것은 작년 여름에 만난 멋진 드라마 [한성별곡正]이었다.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맡았던 박인빈 대감이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아이러니컬했다. 유수한 명문가의 서자로 태어나 시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분의 굴레를 벗을 수 없기에 절망하고, 자기 자신을 낮추고 기성 세력의 편에 선 그의 아들 박상규[진이한 역], 임금의 총망을 받는 신하의 딸로 태어나, 부족함없이 살면서 아버지의 열린 안목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역적으로 몰려 운명이 뒤바뀌고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으면서 복수의 한으로 몸부림치다가 결국 그녀와 정반대의 세력의 하수인으로 헌신해야했던 이나영[김하은 역]. 그리고 나영을 흠모하며 세상을 개혁하려는 의지에 불탔지만 결국 더큰 권력에 조종당한 신흥 상인 양만오[이천희]. 혁신적인 정책을 구상했지만 반대세력의 힘에 그의 꿈도 심지어 그의 목숨마저도 위협받는 절망하는 군주 정조[안내상]. 그들의 삶은 정조가 마지막을 맞이하며 했던 말들과 일치한다.

 

 " 나의 신념은 현실에 조롱당하고 나의 꿈은 안타까운 희생을 키워 가는데 포기하지 않는 나는,

과연 옳은 것이냐! "
 " 나의 간절한 소망은 그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하다...때문에 그 누구도 나를 죽일 수없다.."
 " 아무리 소름끼치고...아무리 치가 떨려도....난 결코 저들을 이길수없다...저들이 옳아서 이기는게 아니라 내가 백성을 설득하지못해 지는것이다. "

 

 백성을 위한 꿈,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그들의 외침은 현실의 탄압과 동의받지 못함에 의해 무너져내려간다. 박인빈은 그 세 사람과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묘한 아이러니를 이룬다. 그는 박상규와 이나영, 양만오와 정조 모두를 무너뜨릴만한 힘을 가진 세력의 최상층에 위치해있다. 세도가라고 불리는 그 무리에 [도대체 왜] 그가 속해있는지를 우리는 궁금해한적 없다. 박인빈-김응수씨-가 돋보이는 건 바로 그 [왜]에 초점을 맞춘 고뇌가 돋보였기 아닌가 싶다. 모든 백성이 그러했듯이. 그역시 살고싶었다, 그의 식솔, 천덕꾸러기 아들 상규까지도 제 손으로 온전히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살고싶었기 때문에 그 권력의 아귀지옥에 뛰어들어 다른 사람을 무너뜨려야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무너뜨려야할 대상 안에 아들 상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의 거침없던 행보는 주춤한다. 지키고 싶은 것을 베어야하는 상황에서 그가 느끼는 고뇌를 배우 김응수는 너무나 절절하게 그려냈고 결국 아들을 살리고 권력에게 배신당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자결을 선택하는 그의 모습은 비장하게까지 느껴졌다. 어둡고 차갑지만 고뇌로 뜨거운, 이런 아우라를 갖고 있는 중견배우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이다. 최근 드라마 [대왕 세종]에서도 그가 맡은 '민무구'라는 인물은 그가 맡음으로 해서 빛을 얻은 느낌이다. 외척으로서 지켜야할 권력을 위해 조카를 이용하기 서슴지 않는 차가운 정객, 그의 눈빛과 표정으로 인해 그 정객은 역사 속에서 튀어나와 시청자들에게 강하고 깊은 인상을 줄것이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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