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 그리고 클로져.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사랑의 꿈과 현실.
[클로저]를 처음 봤을 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내가 한 말은 '병신'이었다. 아니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뭐가 이렇게 어려워. 진짜 이게 뭐야. 이게 진짜 사랑이야? 사랑을 해보면 이해할 수있다고 사람들은 그러던데 난 이게, 나 참 이게 뭐 별. 이런게 사랑이면 난 사랑안해, 이렇게 생각했다.
근데 안타깝게도 이건 사랑이 맞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사랑 안한다고 난 쉽게 말했지만 이 말은 쉬히 나오질 않네. 이런 사랑도 평생을 걸쳐 몇번씩 해대는 그게 인간이라면 '인간하지 말아야지[?]' 엥, 이건 아닌데. 인간이 아닐 순 없잖아. 우린 어쩔 수 없이 인간이고, 어쩔 수 없이 사랑을 한다. '병신, 개새끼'아무리 욕해도 소용없다. 결국 우리는 사랑을 하고 그건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다.
인간은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워서 상대방을 끌리게 만들고 상대방에게 끌린다. 그렇게 사랑을 하고 엇갈리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묘하게 엉켜버린 두 사랑 아니아니 네 사람의 네 가지색 감정들은 처음부터 분명히 사랑 맞는데, 그건 행복했다가 순수했다가 아프고 더럽다. 상대방이 진실하길 바라면서 정작 자기가 바라는 건 거짓말이라는 걸 모른다. 그래서 상처받고 헤어지고 싶어한다. 그리고나면 사랑은 미련 또는 집착으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마음 속에 자리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랑을 하면서도 옛 사랑이 돌아오길 바라지는 않지만 돌아온다면 거부할 마음도 없다. 새 연인을 지켜야하지만 그렇다고 옛 연인을 과거의 사람으로 묻어버릴 수도 없다.
어렵고 복잡하다. 그게 사랑이고, 그런 사랑을 하는 건 지구에선 인간밖에 없다. 클로저를 오늘 본게 두번째이고, 두번을 보고나서야 난 이제 이 영화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이 사랑이 현실이라는 것이 슬프다.
[왜 사랑은 꿈처럼 되지 않을까요?]
클로저에 비해 아니 어떤 사랑영화와 비교하더라도 수면의 과학은 참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사랑의 기억이 주는 기막힌 감동을 기대하셨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좀 지루하고 실망스러우셨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스테판과 스테파니의 사랑을 쉽게 풀어써주는 친절 대신 사랑의 꿈 이라는 말은 참 쉽지만 표현해내기는 어려운 그 주제를 감독 고유의 스타일로 살려냈고, 성공했다.
정말 꿈에서 본 것만 같은, 하지만 깨고 나면 다 잊어버렸던 그 꿈 속 영상을 감독은 스크린에 되살려냈다. [미셸 공드리는 분명히 천재다.!.] 이 영화 속 사랑은 꿈의 꿈을 위한 꿈에 의한 것이었다. 클로저의 네 사람에 비하면 스테판과 스테파니가 현실과 꿈을 오가며 겪은 마음의 아픔과 엇갈림은 후 불면 날아갈 듯 가볍다. 함께 있으면 즐거워, 너만 있으면. 아니 너밖에 없어. 그래야 해.
스테파니가 스테판에게 그렇게 물었었다.
[왜 나야?]
[너 말곤 다 따분해. 넌 남달라.]
너무나도 아름다운 너와 준마가 되버린 골든 네임드 포니를 타고 푸른 초원을 노닐다가 셀로판 바다위 종이배로 폴짝. 그건 달콤한 사랑의 꿈. 쓰고 맛없는 사랑의 현실 따위, 이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잊어줘! 감독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마주보는 스테판과 스테파니.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래리와 앨리스.
시선의 차이, 별거 아닌데. 꿈과 현실은 너무 다르네.
덧다는 글.
클로저 속에 래라기 진짜 나쁜 놈 같기도 했다. 속된 인간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이놈은 그만큼 저질 속물이다. 네 사람 모두의 마음을 조종하고 망쳐놓은 래리. 그렇다고 래리가 승자는 아니다.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아직도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롭고 그녀의 마음을 망가뜨려놓는다. 그들은 전쟁처럼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갖기 위해 싸우고 진실에 중독되듯 그것을 갈구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아무것도 얻지못하고 상처만 받고 돌아섰다. 아, 사랑은 어디있을까.
[어디있어? 사랑이 어디있어? 볼수도 만질수도 느낄수도 없어!
몇마디말은 들리지만 그렇게 쉬운말들은 공허할뿐이야 뭐라고 말하든 이제 늦었어.]
-앨리스, 아니 제인이 했던 말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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