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옥정의 죽음.

timid 2006. 8. 3. 10:02

        

 

옥정, 숙종을 보자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숙종, 싸늘하게 쏘아보고. 장옥정은 천천히 멍석 위로 올라서서는. 마침내 고였던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두 손을 높이 들어 정중히 큰절을 했다. 숙종 싸늘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절을 마친 장옥정이 사약 소반 앞에 앉았다. 숙종이 입을 열었다.


“네가 지은 죄... 네가 알리라. 네 죄를 뉘우치고서만 이... 세자를 구할 수가 있을 것이니라. 어서 왕명을 따르라!”


옥정은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이에 개의치 않고 숙종은 말을 이었다.


“한때나마 국모의 자리에 있었던 의연함을 보이도록 하라.”


 

“ 전하...! 용안을 뵌 지가, 참으로 오래 되 었사옵니다. 신첩은 오직 전하의 곁에 있고자 했을 따름이옵니다. 자식을 둔 어미가 지아비의 곁에 가고자 하는 것은 지어미의 상정이온데...”

 

숙종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하께서, 신첩의 거처에 사흘에 한 번... 아니, 열흘 에 한번만이라도 납시어 주셨던들 어찌 이같이 불미한 일이 있었으리까. 전하... 전하를 가까이 모시고 싶은 지 어미의 상정을 탓해서는 아니 될 줄로 아옵니다. 한 사 람의 아낙이 지아비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될 수 없다 면... 왕비라고 한들 어찌 다를 수가 있사오리이까.”

 

 “……!”

 

숙종은 시선을 허공으로 던졌다. 옥정은 눈물범벅이 되어서는 울부짖었다.

 “ 전하... 그러한 신첩에게 어찌 사약을 마시라 하시옵니까!”

 

“……!”

 

숙종은 참기가 어려웠다. 터져 오르는 노기를 애써 누르고 있었다.

“전하... 원하옵건대 신첩을 살려두어, 나 어린 세자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주시오소서!”

 

" 세자의 일은, 거론치 말라! 네, 그 방자한 언 동이 세자를 위태롭게 하는 것임을 정녕 모른단 말이더 냐!”

“모르옵니다. 신첩은 모르옵니다! 전하... 신첩은 다만 우리 세자와 함께 전하를 뫼시고 오래 오래 함께 있고 싶을 따름이옵니다!”

 

 “.......!”

 “전하! 지난날의 자애롭고 은애로우셨던 전하께오서, 어찌 신첩에게 이리도 가혹하시옵니까! 신첩에게 지극 한 총애를 내리셨던 때를 생각하신다면 이러시지는 못 하실 것이옵니다. 전하... 전하... 신첩을, 신첩을 살려주 시오소서, 으흐흐흐...!”

 

 “참으로 방자한 것이로다. 천하에 요망한 것이로다. 여봐라!”

“예!”

 

“이 못된 것에게 사약을 먹이라! 당장 먹이렷다!”

내관들과 상궁들이 머뭇거렸다.

 

“당장, 먹이라고 일렀느니라!”

상궁들이 장옥정에게로 달려든다. 이들에게 기가 눌릴 옥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더 앙칼지게 외쳤다.

 

“ 다가서지 말라! 아무도 다가서지 못할 것 이니라!”

장옥정 뒤로 물러앉으며, 두 손을 들어 다가서는 상궁 내관들을 저지했다. 상궁들은 더 움직임을 망설였다.

 

“물러가라! 세자를 죽이고 오라질 않았더냐! 물러가라! 당장들 물러가렷다!”

상궁 내관들은 그 자리에 선 채 난감해하고 숙종은 이에 질세라

 

“ 이, 이런 무엄한...! 무엇들 하느냐! 팔다리를 잡고서라도 사약을 먹이라!”

“예.”

상궁들이 장옥정의 뒤에서 감싸 안듯 붙잡고, 내관 한 사람이 사약 사발을 들고 장옥정에게로 다가렀다. 옥정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놓아라 이년들! 이 못된 년들! 당장 놓지 못하겠느냐! 당장 놓으라고 일럿느니라!”
 

옷이 찢겨져 나갈 정도로 거센 반발이다. 약 사발을 든 이내관 다가서지도 못할 지경이다.
장옥정의 발버둥은 더욱 거세지기만 한다. 숙종은 기가 막힐 뿐이다.

 

“물러가라! 세자를 죽이고 오라질 않았더냐!”

“아니 되겠구나. 내관들은 어서 문짝을 떼어내어 저것의 가슴팍을 누르라!”

 

내관들이 쏜살같이 댓돌 위로 올라갔다.

“놓아라! 어서 놓지를 못하겠느냐! 이년들, 놓아라! 놓 지 못하겠느냐! 물러서렷다! 이년들!”

 

장옥정의 발광에 상궁들이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사력을 다해서 장옥정을 붙잡고 늘어졌다.
숙종은 그 포악스러움에 질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윽고 내관들이 뜯은 문짝을 들고 와서 장옥정의 가슴을 누른다. 그 뒤로 상궁들이 팔과 어깨를 붙잡는다. 장옥정은 얼굴만 내놓은 형국이다. 내관이 장옥정의 입으로 약사발을 가져갔다. 옥정은 사력을 다해 얼굴을 돌려댔다.

 “아니된다! 세자를 죽이고 오라질 않았더냐! 아니된다 이놈들아!”

 

내관은 약사발을 쏟을까 더 가까이 가질 못한다.

“강제로라도 입을 열게 하여 사약을 떠 넣으라!”

 

“전하... 살려주오소서! 전하! 용서하여 주시오소서...”

내관 둘이 약 막대로 장옥정의 입을 강제로 벌린다.

 

“으, 헉...!”

장옥정으로서도 더 이상 항거할 수가 없었다. 장옥정의 입으로 사약이 들이부어진다.

 

 “으, 윽...”

장옥정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고 이윽고 약사발이 비운 장옥정은 오히려 평정을 찾아갔다.

 

“내관은 문짝을 걷어내고 물러서렷다!”

내관들은 장옥정의 가슴에서 문짝을 들어내고 물러섰고 상궁들도 장옥정에게서 떨어져 물러선다.

 

 “……!”

장옥정은 천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기듯이 숙종에게로 다가가는 장옥정! 숙종은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장옥정은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 전하... 신첩은 전하만을 은애하였사옵니다. 오직 전하의 은애하심을 받고 싶었사옵니다. 전하 신첩의 불충을... 용서해 주시오소서.”

 “...!”

                                                                         -KBS대하사극 [장희빈] 99화 中. 

 

     

전하, 신첩은 전하만을 은애하였사옵니다. 오직 전하의 은애하심을 받고 싶었사옵니다.

그것이 전하께 불충이 되었다면, 이제 그만 신첩의 불충을 용서해주시옵소서...

 

당신을 사랑한 불충을 용서해주시옵소서,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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