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고3은 새로운 새싹이 돋아나는 3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나처럼, 2007년 수능은 대박나리라는 설렘을 한가득 안고 있었죠.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을 핸드폰 고리로 걸어서 꼭 성공하리라 다짐도 했었습니다.
… 물론 핸드폰은 꼭 그런 용도만으로 쓰이는건 아니었어요.
언젠가 저 하늘을 향해서 힘차게 비상하리라!
… 하지만 쉽지 않더군요.
난 분명히 공부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들어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둘러보면 다른 친구들도 제 상태랑 다를게 없더라구요.
시간은 자꾸 흘러 가는데
내 미래엔 한줄기 빛조차 없는 듯 했고
연습장엔 졸았던 흔적만이 가득한데
갈 길은 멀고…
점점 밀려오는 것은 후회와 절망뿐이었습니다.
하지만 carpe diem,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우리는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졸업사진 찍을 땐 내가 제일 예쁘게 빛날거라며 분주하게 단장을 하기도 하고
저녁시간엔 뮤직뱅크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몰래 선생님을 놀리기도 하고
교과서에 낙서를 하기도 하고
에너지 보충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공책에 붙여보기도 했습니다.
불타는 학구열을 주체하지 못해 졸릴땐 사물함 뒤에 나가서 서서 공부도 하고
정 안되면 춥지만 복도에 나가서 하기
이해가 안되면 이해가 될 때까지 파고들고
펜 뚜껑을 닫다가 살을 파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열이 나면 에어컨 앞에 붙어도 보고
그러다가 문제집에 익숙한 이름들이 나오면 어찌나 반갑던지요.
시험 기간땐 삼각김밥과 커피로 밤을 새우고
휴관인지도 모르고 도서관 갔다가 허탈하게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사주신 꼬치를 맛있게 먹기도 하고
교실에서 쥐가 나와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쥐잡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었죠.
…뭐, 교실이 이렇게 더러우니 쥐가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점점 흘러 D-52 …
D-51 …
D-50 …
수시 합격 발표가 속속 나오고
수능시 유의사항들도 나오고…
무엇보다 이젠 수능 체제에 맞춰서 시간 조절도 해야 할 때죠.
다이어리에 날짜를 하루하루 따지다보니
어느덧 수능 D-1 …
책상도 깨끗이 닦고…
예비소집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색연필이라도 부러질라치면 불길한 예감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선생님과
가족의 응원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전쟁인 입시전쟁, 수능…
그 날이 오면, 정말 후회없이 치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쓴 연습장만해도 몇 권이고
그동안 본 모의고사만해도 몇 회고
윈도우 바탕화면에 수능 전용 폴더를 만들어 기출문제와 수능 정보란 정보는 다 다운받고
취약과목 집중 연습
오답노트는 필수
나만의 사탐정리 노트를 만들고
문제집을 사서
몽땅 색연필이 될 때까지 채점에 또 채점
책 겉포장지가 뜯어질 정도로 공부를 하고
쌓아 놓으면 높이 50cm가 넘을 정도로
수많은 문제집을 사서 풀었으니 후회따위가 남을 순 없는겁니다.
…
수능 날, 점심시간 때 밥을 먹으려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더니 어머니의 편지가 있더군요.
목이 메여서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납니다.
…
집에 가보니 십여통의 문자와
부재중 통화가 있었어요.
그리고 생일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던 어머니와 아버지….
대부분의 대한민국 고3들은 얘기합니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하냐고, 대학이 인생의 전부냐고,
수능이 뭔데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 가냐고….
저도 한 때 그런 생각이었습니다만, 수능, 그 녀석이 꼭 나쁜 녀석만은 아니더군요.
수능이 없었다면 휴일의 소중함도 몰랐을 것이고 시간의 소중함도 몰랐을 것이고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도 몰랐을겁니다.
앞으로 인생을 살다보면 이보다 더 어려운 고난들과 부딪히게 되겠지요.
전 고작 하나의 허들만 넘은 것 뿐입니다.
예비 고3들께서는 수능을 마지막 허들로 생각하기 보다는
앞으로 넘어야 할 수많은 허들을 넘기 위한 도움닫기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네요. :)
출처 : 텐볼스토리 명예의 전당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 여러분 화이팅! (근데 중간에 혹시 시아준수? 자료초과 아니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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