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윤대녕,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timid 2007. 10. 6. 08:45

 

 

제목이 재밌어서 골라 본 책, 큰 흐름이 없음에도 나를 책 끝까지 쫓아가게 만든 신기한 소설이었다. 아마도 그랬던 이유는 현대인, 아니 통시적으로 모든 인간들이 겪는 불안과 트라우마에 대해 참신하고 진솔하게, 아 나도 정말 이런데 하고 무릎을 탁 칠만큼 잘 써놨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문장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알맹이만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럽기까지 했다. 저 알맹이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 거 같은데, 영빈-작가를 대변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이야기를 떠벌리고 있다는 게.

 

읽은 부분 중 공감이 가고 기억해두어야할만한 부분을 적어본다.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 걸까요?"

"상처는 스스로 받는거야."

"히데코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을 가지고 우리가 고민할 이유는 없어. 남이 나한테 저지른 잘못을 지고 내가 괴로워할 필요가 없듯이."

"냉정하군요."

"뜨겁지 못할 바에야 오히려 차가운게 나아. 항상 그 중간이 문제가 되는거야."

 

 

 

 

" 누구나 그저 조금씩 외로운 것 뿐이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때론 불안할 때가 있는 것처럼
이젠 스스로 불안을 잠재우는 수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그건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이야. "  

                                                           [히데코의 불안을 걱정하는 해연에게 영빈이 하는 말]

 

 

 

 

"누구나 우리처럼 불안에 시달리며 살고 있어. 하지만 겉으로는 좀처럼 불안을 드러내지 않지."
"왜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누군가 나서서 그 사람을 소외시키거든. 그건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친구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태연한 척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일종의 방어책이자 사회규범이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금방 얕보거든, 삭막하고 비열한 세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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