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별곡-正> vs <한성별곡-正>│당신의 ‘正’은 무엇입니까
[2007-08-01 09:22]
<한성별곡- 正>. 그저 한성별곡이 아니라 거창하게도 ‘正’ 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 그 모든 것이 ‘正’ 이고 ‘政治’이다. 정조와 양만오, 박상규는 조금은 다른 정치를 꿈꿨다. 그리고 좌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正’ 이라는 물음은 비단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만 유효하진 않으며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현실에 발을 디딘 채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오늘을 사는 개인들이 가진 나름대로의 ‘正’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어떻게 현실과 작용하고 있는지 정치하는 드라마 <한성별곡- 正>을 강명석 <매거진t> 기획위원과 차우진 기자가 이야기한다. /편집자주
KBS <한성별곡-正>에서 정조(안내상)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대비(정애리)가 모든 관료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동안 정조는 백성을 설득하지 못했고, 인재를 모으는 대신 인재를 죽게 만들었다. 정조에게는 채승환(남일우)이나 박상규(진이한)처럼 설득 없이도 왕에게 ‘충성’할 수 있는 자들만 있었고, 그는 그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독대’와 ‘밀지’와, 임금의 직권을 상징하는 ‘상방검’을 통해 움직였다. 새로운 조선을 만들겠다는 정조의 소망은 누구보다 단단했으나, 그는 그 뜻을 누구와도 연대하지 못했고, 결국 정조의 신념은 현실에 의해 조롱당한다.
연대 없는 꿈은 현실에서 아무런 힘이 없다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시파와 벽파처럼 권력 앞에 뭉쳐서 정치 세력화 하지만, 뜻을 가진 이들은 그 뜻에 따라 가는 길도 제각각 다르다. 이나영(김하은)의 아버지 이참판(이성)이 역모를 한 것은 정조와 대의가 달라서가 아니라 정조보다 더 현실을 앞섰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사대부와 결탁한 거상이 된 양만오(이천희)는 오히려 그가 구하려는 백성들과 멀어지고, ‘칼을 뽑지 않는 군관’ 박상규는 현실로부터 도망치려다 사랑하는 사람조차 구하지 못할 처지에 이른다.
<한성별곡-正>에서 정조는 ‘正’을 ‘政治’로 끌어내지 못했고, ‘正’을 가진 이들은 백성들의 구원을 실현하지 못하며 사멸한다. 박상규가 아버지 박인빈(김응수)의 말처럼 “아무리 외면하고 무관심하다 해도 그 힘으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정치의 힘을 절감하고 더 일찍 칼을 뽑았다면, 또 양만오와 박상규가 연합하고 정조가 노비에서 면천되자 “나만 잘 되면 된다”며 좋아하는 박상규의 어머니(이미지)까지 자기편으로 만들 수완을 발휘했다면 어찌 됐을까. 박상규와 양만오, 그리고 정조가 모두 이나영을 살리려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박상규와 양만오에게 새 세상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두 사람을 합치게 만들 수 있는 이나영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들의 ‘正’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그들을 한 데 뭉치게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구심점의 생존이기도 하다.
<한성별곡-正> 다음은 당신의 몫
그리하여, <한성별곡-正>는 세 남자의 ‘正’이 모두 꺾이고, 현실이 조선을 패망으로 이끄는 그 비극의 역사에서 오히려 ‘소망’을 전달한다. 정조가, 그리고 박상규와 이나영이 남긴 ‘푸른 솔’ 한그루는 조선을 바꾸지 못했지만, <한성별곡-正>이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 여러분입니다”라는 자막이 뜨는 순간, <한성별곡-正>을 본 ‘5%의 시청자’들은 그들이 뜻을 세우고, 다시 그 뜻이 좌절되는 과정을 통해 바로 지금 우리가 방송의, 정치의, 나라의 ‘주인’으로 있는 이 현실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과거의 패배와 죽음과 비극을 통해 현실의 ‘正’에 대해 질문하는 것. 당신은 과연 푸른 솔 한그루라도 심기 위해 ‘正’을 세울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政治’하여 사람들과 연대할 것인가.
<한성별곡-正>은 드라마가 드라마 바깥의 세상에 눈을 뜨고, 정치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12월 19일을 앞둔 정치적 현실뿐만 아니라,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KBS에서나 사전제작제의 8부작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드라마의 현실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과연 <한성별곡-正>이 제시하는 현실과 드라마에 대한 소망은 이루어질까. 푸른 솔 한그루는 심어졌다. 그것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아니면 그저 도망치느냐는 우리의 선택이다.
- 글 강명석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 말했다. 물론 이 ‘정치’는 현실정치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의한 갈등과 그 해결 방식’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진실과 거짓, 정의와 부정, 보수와 혁신이 혼재된 시공간이야말로 인간의 삶이기 때문이다. 삶이 바로 정치이므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정치적인 함의를 지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종종 ‘정치’란 단어는 한국사회에서 쉽게 오해받는다. 역사적으로 한국사회가 다양한 정치를 경험하지 못한 결과다. 7월 31일에 종영된 KBS의 8부작 미니시리즈 <한성별곡- 正>이 오해받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을 통틀어 정조 시대를 강하게 암시하고 있으나 단 한 번도 시대적인 배경을 명시하지 않는 이 ‘명민한 퓨전사극’은 정치적인 드라마이면서 정치적인 드라마가 아니다. 물론 이것은 말장난이 아니다. 그 간극이야말로 <한성별곡- 正>의 ‘정치’가 작동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는 물음
<한성별곡-正>의 매력은 잘 다듬어진 대본과 연출, 공들인 촬영과 편집을 통해 얻은 설득력에 있다. 여기에 8부작이라는 KBS의 실험적인 형식과 그것이 KBS 내부로부터의 고민의 결과이자 연장이라는 점, 100%에 가까운 사전제작, 낯선 배우들과 익숙한 배우들의 신선하면서도 확신에 찬 연기의 조화를 비롯해 사극의 통속성을 해체하는 구성과 고증으로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핵심 인물인 이나영(김하은)과 박상규(진이한), 양만오(이천희)라는 각기 다른 계급의 세 청춘이 각자 소망하는 세계를 위해 선택하는 방식이 어느 하나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이 작품을 정치 드라마로도, 청춘 드라마로도, 성장 드라마이자 서스펜스와 스릴러, 액션이 통합된 장르물로도 해석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극을 통틀어 반복되는 “소망하지 않는다면 어찌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한성별곡-正>의 화두다. 하지만 이 간단하고도 난해한 질문은 드라마 외부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한다.
보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는 드라마
우리 삶은 갈등과 선택의 반복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 질문은 <한성별곡-正>을 현재에 발 딛은 작품으로 만든다. <한성별곡- 正>은 질문하는 드라마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긴장하고 불편해하며 고민한다. 그렇게 시청자들은 능동적인 주체가 된다. 제목에 굳이 ‘正’이라는 함축적인 단어가 붙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성별곡-正>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200여 년 전 조선의 노스텔지어가 아니라 2007년 한국에서 상상 가능한 다른 삶이다. 퓨전사극이라는 가면을 쓰고 태연히 현재의 삶을 논하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정치적이지만, 어느 시대라도 인간은 옳은 것을 선택하고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맥락을 벗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이라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므로 <한성별곡-正>은 명민한 드라마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 접점이야말로 <한성별곡-正>의 매력이자 성과다. 그것이 난해하고 다층적인 구조인데다가 특정 장면에서는 과도한 감상주의와 낭만주의가 감지됨에도 불구하고, 이 짧지만 강렬한, 올곧은 드라마를 지지하는 이유다.
- 글 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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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별곡, 정말 좋은 드라마인데도 어떻게 후기를 써야할지 너무 난감해서 매거진T의 글잘쓰시는 기자님들 글을 옮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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