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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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의자가 굳은 피와 엉겨서는 마루 위에 거북한 소리를 내뿜는. 기이하고 섬뜩했던 이 장면.
강풀 아저씨의 [미심썰-아파트]가 원작이라 기대만발했으나, [폰][가위] 등 한 장면 조차 웃으며 넘어가지 않는 안병기 감독의 차기작이라 별로 호감은 가지않는다. 사실 강풀 아저씨 만화의 매력은 그 장르가 미심썰이든, 순정물이든 그것을 떠나서 그림체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소탈함이다. 한번도 강풀의 인터뷰나 칼럼을 본 적은 없지만 분명 등장인물에게서, 작품 전체에서 묻어나는 따뜻함과 소탈함은 강풀과도 많이 닮아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왔다. [아파트]역시 그렇다. 허름한 아파트, 그 안에 사는 등장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옆집 오빠, 학교 친구, 수위 아저씨와 지극히 닮아있고 그래서 인간미가 넘친다. 비록 닫혀있고 보는 이를 불쾌하게 만드는 인물들도 그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 속에 등장인물들사이의 인연은 끊임 없이 엉켜있다. 그것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낼 실마리가 되었다. 그렇게 사실적인, 일상적인 아파트에서의 공포이기에 [아파트]가 다른 공포물과 차별화될 수 있었다. 그런데 안병기 감독이 그려낼 영화[아파트]를 보면 솔직히 원작의 그런 매력을 충분히 살려서 만들어진 영화란 생각은 안 든다. 그저 소재를 강풀에게서 빌려왔을 뿐, 영화는 분명한 안병기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고 그건 그동안 그의 영화를 쭉 지켜봐온 나에게 조금의 감동도, 조금의 무서움도 선사해주지 못했다.
끊임없이 터지는 비명, 시각적 공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제발 이번 영화는-강풀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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