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산뜻한 연애 지침서, 연애시대.
이 드라마는 [왕의 남자]에서 유감없이 연기력의 끝장을 마음껏 보여줬던 감우성의 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이라서 일단 끌렸다. 헌데 'SBS가 준비한 정통멜로 연애시대'라고 뭐 대단한 타이틀을 걸치고 시작해서 멈칫하기는 했다. 정통멜로, 정통멜로라 하면 [너는 내운명] 내지는 [연리지] 따위의 최루성 멜로를 말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이게 왠걸, SBS가 간만에 정말 괜찮은 드라마를 하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줄곧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그러나 평판은 좋지 않은] 손예진이 [작업의 정석]을 기점으로 이미지 변신을 거듭하여 이번에는 털털한 듯 하면서도 속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그 사람을 내가 정말 사랑하는지, 잡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소심 바보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역할을 맡았다. 감우성은 청바지 같은 배우다. 어떤 배역을 상의로 입혀놔도 어울리니까. 그가 맡은 역할 역시 손예진과 비슷한 성격인 마음 따숩지만 내색 잘 안하는 남자 역할을 맡았다. 둘은 이 시대 남녀들의 공통적인 모습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으면서도, 그리고 심지어 마음을 나눌 각오가 모두 되어있는 서로를 발견하고 나서도 주춤주춤 한 발 앞으로 나아갈까 물러날까를 조심조심 고민하는 소심함, 일 앞에서는 당당할 지 몰라도 사랑 앞에서는 자신 없어짐. 요즘 아무리 성이 개방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은 아직은 수줍음 많은 현대 남녀들의 성격백서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런 보통 남녀들이 헤어지고 나서도 결국은 서로 못잊고 다시 사랑을 찾게되는 뻔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안고 시작하지만, 그 방식이 자뭇 섬세하고 재치넘친다. 이야기 틈틈이 파고드는 갑사마님[아마도 손예진의 아버지로 추정됨]의 연애상담소나 공형진, 손예진 동생[이름 모른다, 여튼 얼굴은 되게 귀엽고 좋두만]사이에 오가는 현대남녀 공감놀이스런 대화들은 깔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꽉 움켜쥐고 있던 보편적인 고민 따위를 살살 긁어서 해소해준다고 해야 하나, 여튼 이런 느낌을 조금 받았다. 마치 잘만들어진 강풀식 만화를 보고있다고 해야하나, 유난히 등장인물들의 내레이션이 많다. 망설임 속에서 진실을 찾고나서도 외면하는 그들. 어쩌면 나의 모습 같기도 하고. 구성도 상당히 짜임새 있다. 동시간대 뭇 방송사들이 진부하게 이야기하는 사랑이야기들과는 많이 다른, 그래서 더 끌리는 멋진 드라마. 연애시대였다. 앞으로도 쭈욱 이런 느낌 이어가길.
추신, 하지만 그래도 but!!
간접광고는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는거다.
던킨 도너츠, 교보문고 너무 사랑하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