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정희 시인의 겨울일기

timid 2006. 1. 17. 01:26

 

겨울 일기                     

 

                               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랍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와는 무관해서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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