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불멸의 이순신이 뒤늦게 후폭풍을 탄다. 플래닛에서도 이순신 3종셋트를 팔다니-
명민이를 좋아하고 불멸의 이순신을 오랫동안 봐온 시청자로서 축하해야 할 일 같지만
어느새부턴가 대한민국 사람들이 부모님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을
상품화까지 시켜버린 우리 국민들의 대단한 상업근성에 씁슬한 기분이 없지 않다.
불멸의 이순신 이야기를 몇자 더 적자면
요즘 적지않게 실망해버린 탓인지 드라마가 영 곱게 보이질 않는다.
첫회부터 4회때까지의 '친절한' 재탕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가끔 김명민씨의 아직 덜 숙련된 목소리의 상큼함[?]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긴 하지만
국영방송 사극의 한계가 여기까지란 말인지, 안타깝기도하고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그저 마냥 씁슬-_-
게다가 입소문 때문인지 불멸 폐인들의 활약 덕택인지 이 드라마가
후반부에 다 와서야 슬슬 인기를 끌어가게 되면서
불멸의 이순신 방영 초기 네티즌들으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드라마는 드라마로서 볼 줄 아는 안목,
그건 어디까지나 제작자가 먼저 그 안목의 질을 높일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교과서에 나오는것도 아니고, TV라는 열려있는 매체에 마냥 내던져진 어린이들이나
아직 역사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접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사극과 사실과의 구분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나 역시 그런 시청자 중 하나다.
다큐멘터리와 사극은 분명 다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극은 역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나 여타 역사 프로그램과는 달리 시청자들과 더 가까이에서 시청자들과 접촉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나리오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사실에 근접한 극을 만들어내기 위해 철저한 고증이 필요한것이다. 게다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무려 [국민의 영웅]씩이나 되었다면 더더욱 사실성을 살리는데에 충실하여야 한다.
무조건 영웅 이미지를 그려내다 보면 그건 사극이 아니라 단순 픽션 드라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의 일화나 그의 성격 묘사에 있어 시청자들의 이해가 쉽도록 감초를 살짝 넣어주는 센스는 옵션사항쯤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불멸의 이순신은 제작진의 미숙함이 없지 않았던 드라마였다.
물론 셋트 조성이나 의상, 소품 등 표면적인 것에선 두 말할 껀덕지 없이 잘 해낸 일이기는 하나,
[저번에 쓴 바 있듯이]원작을 소설에 근원으로 한것이 최대의 오점이다.
아무리 의상이 조선시대 의상이고 판옥선 거북선을 수십척씩 건조해낸들 그 연원에 허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드라마에게 무엇보다 큰 감점요인으로 작용한다. 드라마의 내용은 인물의 캐릭터 설정 뿐 아니라 드라마 전반의 흐름마저도 좌지우지하기때문에 제아무리 빛이 좋다고 해도 허접한 졸작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 제작 초기, 방영 초부터 김탁환의 작품 [불멸]에서 묘사된 원균에 대한 긍적적인 평가[징비록과 난중일기에선 이순신이 그를 끊임없이 경계했으며, 원균은 무능력하고 제 사리에만 급급한 인물로 그려져있다. 실제로 이순신과 원균은 잦은 반목을 했으며 이순신은 냉정히 그를 외면했다.]와 어린시절 이순신의 모습을 나약한 아이로 그림으로서 역사왜곡의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이 드라마를 걱정하는 네티즌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제작진들은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보이기 위함이라며 공공연히 그들의 의견을 일축시켰고, 시청소감란에 비판적인 글들이 쏟아져나와도 묵묵부답이었다. 여기에 그들의 두번째 실수가 있다.
드라마는 제작진들이 만드는것이기는 하나 그것을 지켜보고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언제나 최종적으로 시청자들이다. 물론 [파리의 연인]처럼 작품의 전체적 흐름을 작가의 의도와는 반대되게 거의 반강제적으로 주문하여 괴이한 결말을 낳은 사례도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엄연히 다르다. 시청자들의 눈을 만족시키는 단순 트렌디 드라마와 육중한 사극이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 저녁을 먹다가 옆테이블 아이들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조선 최고의 또라이 왕은 선조다][왕 하나가 잘난 인물하나를 망쳤다]등등 사극만을 보고 그 시대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이야기였다.
사극은 이래서 무섭다. TV는 시각,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대중매체로서 시청자들에게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마련이고, 다뤄지고 있는 대상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극의 경우는 특히나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최소한 드라마 앞에 [저희 드라마는 어떤 어떤 면에서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그린 바 있습니다. 이 점 사과드리며..]식의 사과문이나 안내문 정도는 센스로 날려줬어야 했다. 이것이 그들의 세번째 실수다.
불멸의 이순신에 애정이 많은 시청자로서 종영을 몇일 안남긴 지금 속속들이보이는 그들의 실수가 안타깝고 아쉽다. 이 드라마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면에서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나, 앞으로 [이순신]을 다룬 사극에서는, 아니 어떤 사극에서든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제작진들이 이런 실수들이 번복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