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9일 오전 10시 30분]
9일 MBC 엄기영 사장이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전격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영 부사장과 본부장 6명(기획실장·보도본부장·제작본부장·편성본부장·기술본부장·경영본부장) 등 7명의 고위간부도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
엄 사장 등이 사표를 제출한 이유는 엄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뉴 MBC 플랜'과 관련 지난달 30일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노력은 했으나 결실이 적다"며 사퇴 압박 발언을 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시 김 이사장은 "앞으로 일부 본부장들은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경질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은 내일(10일) 이사회를 열고 엄 사장 등에 대한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MBC 노조 "김우룡은 MBC 직할통치를 당장 중단하라"
엄기영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에서조차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김세영 부사장 및 본부장 6명은 이미 지난 4일 엄기영 사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엄 사장은 지난 7일 오전 자신과 김세영 부사장, 본부장 6명의 사표를 김우룡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와 관련 MBC 노조는 엄 사장의 사표 제출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김우룡은 MBC 직할통치를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방문진은 취임 이후 줄곧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 편파적이라며 제작진 고유의 영역으로 존중되어야 마땅한 보도, 제작, 편성에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려는 야욕을 드러내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말도 안 되는 숙제를 내주고, 매주 이사회 때마다 경영진을 불러들여 검사까지 하더니,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어느 날 갑자기 퇴짜를 놓은 꼴"이라고 성토했다.
MBC노조는 또 "김우룡 이사장의 경우, 명색이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주주총회 같은 최소한의 형식이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말 한마디로 본부장을 갈아치우겠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우리는 본부장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방문진의 MBC 직할 통치 야욕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엄기영 사장은 왜 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우룡 이사장의 충성 요구에 화답하기 위해서인가, 혹 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면 방문진 직할통치를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그러나 우리는 엄 사장이 이미 온 국민을 상대로 '방문진의 부당한 간섭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점령군에 팔다리가 모두 잘린 채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는 굴종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이제야말로 그 말을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또 "지금 엄 사장이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방문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방문진의 섭정을 거부하는, 자기 주도적인 전면쇄신 뿐"이라며 "정권의 하수인인 방문진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에 맞서 힘 있는 MBC, 독립적인 MBC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온몸을 던지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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