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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선덕여왕' 어미 잃은 비담 "이럴 거였으면 왜"

timid 2009. 11. 11. 12:10
뉴스: '선덕여왕' 어미 잃은 비담 "이럴 거였으면 왜"
출처: 파이미디어 2009.11.11 12:10
출처 : TV드라마
글쓴이 : 파이미디어 원글보기
메모 :

"해서 어머니라고 한번 불러드리기라도 할까요?

아니면 '버려서 미안하다' 사과라도 하시려구요?

아니면 그래도 마음 속으론 사랑했다?

"라며 원망을 쏟아부었다. 비웃듯 한 말이지만 비담이 미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실은 죽음 앞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미실에게 그런 건 없어. 어머니라 부를 필요도 없고 미안한 것도 없다.

그리고 사랑? 사랑이 뭐라 생각하느냐?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 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따뜻한 말이라곤 "걱정이 되어 그런다" 단 한 마디 뿐이었다.

 

 

비담이가 얼마나 엄마와의 이런 대화를 꿈꿔왔을까?

자기가 누구에게 버려진 지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에도,

맞서야만하는 미실이라는 대단한 사람이 자기 어머니임을 뒤늦게야 알게 된 후에도

눈을 감는 순간마다 생각하지 않았을까?

언젠가 그와 어머니와의 관계를 두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독대"를 상상하며,

그동안 자기를 버리고 살아온 그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과 어쩔수 없는 사랑까지 속시원하게 털어놓으면

어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혼자 끊임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를 하진 않을까? 그럼 나는 차갑게 거절하는 척 하면서도 용서해주어야지.

'결국 널 버려서 지금 니가 살게 된 것이 아니더냐' 화를 내면 팩 화를 내야 할까?

울면서 어떻게 어머니라는 작자가 그럴 수 있느냐 그동안 마음속에 꽁꽁 숨겨놨던 원망을 토로해야할까?...

하지만 역시나 실현된 독대에서,

미실은 비담의 어머니, 또는 자식을 버린 어머니이기에 앞서 "미실" 그 자체였다.

곤경에 처해있을 때에도, 마땅한 계략이 떠오르지 않아 사람들이 침통해있을 때에도,

덕만이니 춘추니 하는 그녀보다 재능이 뒤지면서도

혈통 덕에 그녀를 앞서나가는 핏덩이들에게서 타고난 혈통에 대한 어쩔 수없는 열등감을 느껴야했을 때에도

"이 미실에게"그 것은 결코 문제가 될 것이 아니었고 그녀는 늘 어떤 일에도 태연하고 당당했다.

심지어 그녀가 권력을 위해 버려야했고,

죽었거나 버림받은 사람들의 인생이 그렇듯 초라하게 어디선가 살고있겠지 생각만 했었던 아들이

너무나 총명하고 너무나 탁월한 인재가 되어 돌아와서는 그녀의 연민과 모성애를 자극하는 데도 그녀는 늘 그랬듯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모성을 겨우겨우 억눌러가며,

따뜻하게 잡아주고 싶었던 손으로 어깨에 붙은 먼지를 털어주기만 하고 돌아서야 했는지 모른다.

무튼 둘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다. 특히나 비담은 더더욱 그렇다.

평생을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부정당하며 살아왔으니까

그 상처를 가리기 위해 그가 보이는 익살스럽고 똘끼있는 행동마저 연민으로 다가오는 건 그런 이유이다.

복잡한 캐릭터를 결국 매력적으로 소화시킨 김남길이 그저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