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무방비 도시

timid 2008. 1. 29. 15:33

 

무방비 도시

 

 - 액션과 모성애의 조합?

 

새로운 시도라고 해야할까, 흥행을 노린 감독의 어설픈 수작[手作]이라고 해야할까.

처음에 손예진, 김명민, 김해숙 등 유수의 명배우들을 걸고 시작한 영화였기에 내심 기대했는데. 같이 보러간 은지는 좋아했더랬지만 나는 티켓값이 아까웠다. 액션이 여기저기 빵빵 터지는데도 의도적인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으나 보기가 심히 어지러웠을 뿐 아니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들을 군데 군데 삽입한 터라 지루함은 극에 달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액션과 함께 얼굴을 들이밀고 나온 모성의 낯선 모습이었다. 김해숙씨가 연기에 탁월한 배우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굳이 이 영화에 모성이라는 신파적 소재를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속을 끊임 없이 맴돌았다. 소매치기와 최고의 강력범죄 처리반의 기막힌 충돌,을 기대했는데 그렇게 신선한 소재가 있었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살리기는 커녕 두 남녀의 끈적한 로맨스에 묻혀 두 세력간의 충돌은 진면모를 드러낼 수 없었을 뿐더러 거기에 어머니의 사랑이 합세하고나니 이게 액션극이라고 해야할지 신파극이라고 해야할지. 나는 참으로 난감했다. 역량 넘치는 배우들과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도 이정도의 영화밖에 만들 수 없다니. 감독이 공부를 좀 더하고 장편 영화를 다시 도전해봄이 어떨런지 조심스레 조언해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불어넣어준, 너무 지쳐서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들이 불러주는 따뜻한 희망노래, 화이팅이 넘치는 영화.

 

[나... 포기 안 할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포기 하지 마.]

 

나에겐 생애 최고의 순간이 왔었나? 잘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나는 '제일','최고','가장'이라는 말을 아껴왔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날들을 다 세어보기도 어려운데 그 중에 오늘이 또는 어제가 최고였다고 가장 좋았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최고가 될 수는 없어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던 그 시간들이 바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사실 처음부터 결말은 대충 알고 간 영화였다. 하지만 그 뻔한 결말로 가기 까지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내용으로 꽉꽉 알차게 짜여져 있어서 내가 알고 있는 결말이 과연 이게 맞았나? 다른 결말을 간절히 원하게 하는, 마치 내가 그 시간 그 경기를 보고 있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 돌아가 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마지막에 미숙이 승부던지기를 할 때 몇 년전에 개봉했었던 [슈퍼스타 감사용]이 오버랩되었다. 매일 꼴찌만 맡았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당시 유려한 승률을 자랑하는 팀과의 경기 9회말쯤이었나 간발의 차이로 이기고 있을 때즈음, 상대편이 장외홈런을 날리면서 결국 삼미는 그 팀에게 졌다. 하지만 스크린에 한번 여과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그당시 선수들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서인지 그 경기는 진 것에 슬퍼하고 싶지도, 이긴 팀을 원망하고 싶지도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그 경기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관객의 마음으로도 전달이 될만큼 간절하게 승리를 원했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이기진 못했어도 후회가 없기에 웃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승패가 뭐 그렇게 중요한가? 상을 받아서 돌아오는 포상금이나 메달이,  누군가에겐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와 명예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화이팅을 외치며 달려온 과정이고, 그 안에 끈끈히 묻어나는 패기와 열정이다. 영화를 통해서나마 그들에게 그런 강한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너무나 기쁘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발휘할 만한 자리가 지금껏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고, 그건 이제 그렇게 최선을 다해온 그들을 위해 우리가 풀어가야할 숙제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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