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해바라기

timid 2007. 11. 17. 12:03

 

다 좋았는데, 결말이 쫌 캥기는 영화.

 가을이라 그런지 수시로 기분이 바뀌는 요즘이었다. 어제도 참 그러면 안되는데 부모님이 하시는건 죽어라고 싫어하고 거부하면서 왜 스스로 남과 나를 비교했던 건지 그후로 우울하고 속상한 맘 주체할 길이 없었다. 난 가끔 그랬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그런 걸 느낄 새 없이 즐겁다가도 이렇게 혼자 가만히 일기장을 마주칠 때나 곰곰이 생각에 빠질 때면 이렇게 마음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사실 또 다시 친구를 만날 요량이었다가 내 늦잠으로 만남은 파토나고 뭘해야할까 이불을 뒤척거리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했던 영화, 작년에 나왔었나. [해바라기]였다. 동생이 모 동영상 사이트에 가면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했던 말도 생각이 났고 그냥 이럴 때는 이런 영화를 보며 왕하고 울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괜찮았다. 볼만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로 용서와 위로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였다. 롤러코스터의 노래가사중 이런 게 있다. [차가운 세상을 향한 그대의 포근한 복수.]용서의 본질에 대한 가장 멋진 정의가 아닐런가 싶다. 덕자는 보물같은 자식을 죽인 태식에 대한 복수로 그를 용서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근사한 위로를 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은 뭐지? 시나리오 작가가 머리쓰기가 귀찮아졌는지 김래원의 액션은 과격하고 인상깊었지만 영화가 그동안 말하고자했던 용서와 위로랑은 거리가 먼, 복수 그 자체였던게 아쉽다. 어찌 보면 개도의 길 끝에서 울부짖으며 악을 처벌하는 그의 모습은 성서 속 삼손과도 비슷하기도 한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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