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태용 감독님

timid 2007. 8. 25. 00:46


연출작보다 출연작이 더 많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모두들, 괜찮아요?>의 김태용


감독이십니까 배우십니까. 김태용 감독은 연출작보다 출연작이 더 많은 감독 혹은 출연작보다 연출작이 많은 배우다. 이송희일 감독의 <동백아가씨>에서 짙은 쌍꺼풀 훈남 연기로 만천하의 동성 관객을 혼절시키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데뷔한 김태용 감독. 그의 최근작은 공히 영화감독 역을 맡았던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남선호 감독의 <모두들, 괜찮아요?>다. 먼저 출연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배우들의 “오디션 따라갔다가 캐스팅됐어요”에 버금가는)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캐스팅된 경우”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가 않은 노릇이었다. 김태용 감독의 역할은 원래 대사도 없는 단역이었는데 배우가 대사도 없이 뭐 하냐는 닦달이 배우 주현에게서 마구 쏟아졌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되는 역할이었는데 주현 선생님이 굳이 대사를 만들어주시기까지 했다. 연기 진짜 못한다고 야단도 맞고, 아주 수모를 겪었다. (웃음)” 민규동 감독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주현 선생님은 김태용이 진짜 영화감독인지 몰랐다. 그저 연기 참 못하는 단역이라고 생각하고는 흔쾌히 야단을 쳤다”고 한다. 다음에 찾아온 역할은 남선호 감독의 데뷔작 <모두들, 괜찮아요?>. 당시 <가족의 탄생>을 준비하던 김태용 감독은 “<내 생애…>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주겠다”는 오기민 대표의 꾐에 넘어가 감독 지망생(김유석)보다 먼저 입봉하는 후배 감독 역을 맡게 됐다. <내 생애…>를 촬영하며 민규동 감독과 스탭들에게 받았던 업신여김을 한번 만회해보고자 출연을 승낙한 것이다. “두 번째 영화는 며칠 동안 준비를 철저히 했다. 어떤 톤으로 갈 것인지, 메소드 연기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다”는 그의 말에서 발빠른 현장에 대응하는 긴급 투입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오지랖 넓구나. 연출이나 잘하셔”라는 사람들의 핍박에도 연출 잘하는 김태용 감독의 오지랖 넓히기는 멈추지 않을 태세다.

 

 

 

진심 완소에요, [시네마 천국]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계신 이 분, [가족의 탄생]은 못봤지만

장편영화 데뷔작이 [여고괴담2]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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