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관심사

[스크랩] 김명민 원래 최도영역 제안받아... 필름 2.0과의 인터뷰 내용

timid 2007. 3. 18. 01:02

원래 처음에는 최도영 역할이었다고 하네요. 장준혁역의 다른 배우가 스케줄로 포기해서 맡게되었다는데 어찌나 감사한지... ^^;; 

정말 노력하는 배우라는게 훤히 보이네요.. 이렇게 훌륭한 배우를 늦게나마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영화 천개의 혀도 기대해봅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하얀거탑> <천개의 혀> 김명민
2007.01.30 / 박혜영 기자 

<하얀거탑>은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파헤치는 인간 드라마이자 일종의 정치 드라마다. 장준혁은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번민하고 끊임없이 인간적인 욕망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스릴러영화 <소름>으로 내면의 일그러진 표정을 토해내고, <불멸의 이순신>으로 외유내강의 인물을 체화했던 김명민에게 이 역할이 주어진 것은, 그래서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김명민은 현대인의 흔들리는 자화상을 대변하는 장준혁을 통해 또 한 번 복잡한 내면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배우 김명민을 어렵사리 돌려 세웠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신체 장기를 그려놓은 그림 위에 열심히 무언가를 쓰고 있다)
극중 진행성 간담, 췌담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어 공부하고 있다.

의학용어라 힘들겠다.
계속 외워도 입에 붙지 않는 용어가 있다. 틈나는 대로 내 걸로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의학적인 부분에 대한 자문을 많이 받았겠다.
대본에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바로 자문 담당 선생님께 물어본다. 주 박사님이라고 의학 자문해주시는 분이 계신데 의학적인 내용에 관해 비디오를 찍어주셨다. 그 비디오를 보고 박사님이 설명하신대로 따라 해본다. 어떤 수술인지 확실히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한 뒤 촬영에 임하는 것과 그냥 대본만 외워서 촬영에 들어가는 건 다를 수밖에 없다.

수술 신은 어떻게 준비하나?
수술 신도 마찬가지다. 대본에 나와 있는 상황만으론 리얼리티의 진정성을 얻긴 힘들다. 그래서 수술과정 전체에 대해 먼저 자문을 구한다. 대충이라도 이건 무슨 수술이고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알고 가야 한다. 그래서 수술 신이 어렵다.

<하얀거탑>뿐 아니라 영화 <천개의 혀>에서도 의사 역을 맡았다. 두 작품 하면서 의학적 지식은 많이 익혔겠다.
알아도, 세발의 피다. 자주 쓰는 용어들이 절개술 같은 거라 그 부분에 대해 조금 익숙해진 정도다. <천개의 혀> 촬영하면서 수술 신 참관을 몇 번 했다. 거기 외과 선생님이랑 레지던트 선생님이랑 밥도 먹고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했다. <천개의 혀>의 경우 진짜 병원에 가서 찍어서 그런지 의사 역이 자연스럽게 몸에 체득되더라. 그런 경험이 <하얀거탑>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하얀거탑>과 <천개의 혀> 촬영 일정이 겹치진 않았나?
한 3주 정도 겹쳤다. 직업이 같았기 때문에 겹치기 출연은 안 하고 싶었는데 장준혁이란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 욕심을 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연기자로서 <하얀거탑>의 매력을 꼽는다면?
인물들이 지닌 인간적인 면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게 한 것 같다. 각 인물들이 표출해내는 야망과 욕망이 낯선 것이라기보다 굉장히 인간적인 것들이다. 장준혁의 경우 화가 날 때 화를 내고, 자기 욕망을 절대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나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장준혁처럼 행동했을 것 같다. 장준혁은 절대 악역이 아니다. 주변 사람이나 상황이 장준혁을 그렇게 만든 면도 있다. 그 사람의 타고난 능력 탓에 주위에서 최고가 되라고 몰아가다보니 장준혁도 자연스레 위로 올라서려는 욕망이 생긴 거다. 그래선지 누구나 이 인물 자체의 감정 톤에 따라가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해 가는 일들이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고 조직에 몸담은 사람이라 그의 갈등과 야망에 공감이 많이 간다.

그래서일까? 정의로운 캐릭터인 최도영(이선균)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란 느낌도 든다.
지금까지 방영된 부분에서 장준혁의 비중이 많다보니 장준혁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최도영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9회를 넘어가면서 정의로운 캐릭터인 최도영이 많이 부각될 거다. 앞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금보다 더 재밌어질 테니 기대해도 좋다.

장준혁의 경우 권력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파멸에 이르는 인물이다. 당신이 보기에 진정한 권력이란 어떤 것인가?
권력은 명예와 직결된 거다. 권력은 그냥 우겨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명예와 같이 가는 권력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이라 할 수 있다.

안판석 감독이 어떤 연기를 요구하던가?
특별한 요구는 없었다. 단 연기를 하는 동안 톤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가차없이 집어내신다.

드라마에서 장준혁은 수술할 때 굉장한 집중력을 보인다. 실제 당신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대단하다. 지금도 실제 의사 같다.
열심히 해야 시청자들도 진짜라 여긴다. 진심을 가지고 인터뷰하는 거랑, 하기 싫은데 하는 거랑 다르지 않나. 그것처럼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데 하는 시늉만 낸다면 시청자들도 바로 안다.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원작은 읽어봤나?
원작 소설은 꽤 오래전에 읽었다. <천개의 혀> 촬영하기 훨씬 전에 <하얀거탑>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때 읽었다. 당시 내가 맡을 역은 최도영이었다. 장준혁은 다른 배우가 캐스팅됐었는데 스케줄 문제로 출연을 못 하게 됐다.

일본에서 제작된 드라마와 초반 설정이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드라마가 원작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원작은 소설이다. 일본에서도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거고, 우리도 그 소설을 한국판으로 각색한 거다. 일본 드라마를 보고 많이 비교하시던데 솔직히 그럴 필요가 없다. 그 드라마에 없는 부분이 우리 드라마에 있고, 우리한테 없는 게 거기에 있다.

일본판과 한국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랐나?
일본판과 한국판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나 행동, 대사 톤 같은 게 다르다. 일본만의 절도 있는 동작이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다. 예를 들면 카라사와 토시아키가 했던 자이젠 고로 같은 경우 윗사람에 대한 복종심을 표현하기 위해 거의 군대식 인사를 한다. 반면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어느 정도 정에 이끌리는 측면이 있다.

일본판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있어 부담도 컸겠다.
일본 드라마를 1회부터 22회까지 다 봤는데 솔직히 연기하는 내내 안 봤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비슷한 장면의 경우 일본 드라마가 떠올라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되곤 했다. 지금은 최대한 그 드라마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장준혁의 경우 강인함, 심약함, 비굴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인물이다.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심리적인 부담이 컸을 텐데.
항상 그 인물의 감정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힘들 수밖에 없다. 일관성 있는 말투와 표정만 보여줘도 되는 인물이라면 옆에 있는 사람과 떠들고 놀다가도 슛 들어가면 바로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복잡한 인물의 경우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슛 들어갈 때 어떤 감정을 쏟아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있다. 이런 인물을 연기할 때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도 항상 머릿속으로 그 인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 전날에도 다음날 찍을 신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그 캐릭터를 스스로에게 세뇌시켜야 한다는 게 힘든 작업이다.

그렇다면 역할에 따라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겠다.
그런 편이다. 작품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배우를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대체로 감정적으로 힘든 신을 찍게 되면 하루이틀 정도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편이다. <소름>을 찍을 땐 그게 너무 심해 가족들이랑 서먹서먹했을 정도였다. 그때는 기분 좋을 일이 하나도 없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던 작품은 없었나?
어떤 작품이든 가벼운 느낌으로 작업한 건 없다. 심적으로 고생을 덜했던 작품의 경우, 결과가 별로 안 좋았다. 내가 힘들고 괴로웠던 만큼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또 그런 작품을 만나야 성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장준혁의 경우 현실적인 욕망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실제 당신도 그런 갈등에 직면한 적이 있나?
연기를 하는 동안 회의를 느낀 적이 많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찍기 전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바람도 쐬고, 연기가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2년 정도 유학을 계획했었다.

연기를 그만두려 했었던 건가?
그때는 불운이 계속 겹쳐 연기가 내 몫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욕망만큼 상황이 잘 안 풀리니 못 버텼던 거다. 자꾸 치고 올라가고 싶은데 하는 일마다 안 되고…. 나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는 것도 괴로웠다. 그래서 연기자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려 했었다.

그런 순간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한 게 뭔지 질문하게 된다. 당신의 판단이 옳은지 아닌지 결정하는 데 있어 행복한가란 질문이 중요하게 떠오른다. 그럴 때 자신이 정해놓은 행복의 기준이 있다면?
촬영장에 왔을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행복하다. 그게 채워지지 않으면 불만스러운 거고. 또 작품을 하는 동안 일이 먼저인지 가족이 먼저인지 항상 고민이 된다. 이런 식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지속적으로 그러한 성장통이 오갈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가장 성장시켰던 작품이 있다면?
<불멸의 이순신>이다. 한 계단 올라가야 할 때 여덟 계단을 올라가게 해준 작품이다. 연기를 그만두려 할 때 연기를 계속하게 만들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름>으로 '배우 김명민'을 알렸다 할 수 있다. <소름> 이전에 어떤 활동을 했었나?
96년 SBS 방송국 공채시험에 붙은 뒤 계속 단역생활을 했다. 2000년 MBC 미니시리즈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그 드라마를 보고 섭외가 들어온 게 <소름>이다. 그 당시만 해도 영화배우를 해야 진짜 배우라는 생각이 만연했던 터라 <소름> 끝나고 TV 출연은 고사하고 영화만 했다. 하지만 2년에 걸쳐 준비한 영화가 엎어지는 바람에 가슴앓이가 컸다.

드라마 <불량가족>에서는 코믹한 건달 역이었다. 코믹 연기는 좋아하는 편인가?
재밌다. 틀에 박혀 있지 않아 자유자재로 애드리브를 할 수 있다. 정극은 토시 하나 틀리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코미디의 경우 웃음의 수위조절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
코미디건 정극이건 배우는 오버하면 안 된다.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을 잡아줘야 한다. 어차피 상황은 대본에 주어져 있는 게 아닌가. 거기에서 오버하게 되면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코믹 연기를 할 때에도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갖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무엇이든 리얼리티를 벗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천개의 혀>의 경우 당신 말고도 김태우, 유준상 등 여러 명의 배우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여러 배우들과 연기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속상한 부분은 없었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천개의 혀>의 경우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맡은 역의 경우 네 인물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는 터라 극중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한다. 그래선지 내가 맡은 캐릭터를 부각시키기보다 함께 등장하는 상대 배우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스트라이커형'인가 '어시스턴트형'인가?
연기는 누군가 끌려가고 누군가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상대 배우가 똑같이 50 대 50으로 가야 한다. 배우는 각 신에서 다른 배우와 공조를 잘해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면 힘들다.

연기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어떤 위치에 올라가면 초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해이해지기도 하고…. 처음에 가졌던 습관들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초심을 놓지 않고 계속 가다보면 자연스레 연기실력도 높아진다. 특히 신체훈련은 꾸준히 해야 한다. 신체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감정이나 대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한 호흡으로 대사를 하고 싶은데 대사가 꼬이거나 숨이 막히게 되면 이걸 보는 시청자들의 감흥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언제라도 준비돼 있는 자세로 임한다면 연기실력은 자연히 업그레이드될 거다.

구체적으로 당신의 초심은 어떤 것이었나?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내가 인정하는 배우한테 인정을 받고 싶다. <하얀거탑>의 장준혁도 마찬가지다. 실력 있는 의사라 생각하는 최도영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길 원한다.

목소리가 저음인 데다 안정적이라 연기하는 데 도움이 컸겠다.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보니 목소리가 제일 눈에 띈다.(웃음) 어렸을 때 교회에서 성가대를 했다. 그때가 변성기였는데 성가대에 있으면서 목소리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웃음) 학교 다니면서도 아침저녁으로 발성연습을 했었다. 그리고 신문이나 책을 볼 때도 항상 소리 내서 읽는 편이다. 다른 건 못해도 책 읽는 거 하나는 자신 있더라.(웃음) 그러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발성연습을 했다.

굉장히 친숙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점은 배우로서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친숙한 이미지 탓에 여러 역할을 두루 할 수 있다. 단역을 할 때도 도둑부터 의사, 변호사까지 안 해본 게 없다.

주로 어떤 역이 많이 들어오나?
대체로 선 굵은 역할들이다. 그게 나한테 맞는 거 같다.

단순히 선 굵은 캐릭터라기보다 강한 듯하지만 항상 불안하고, 유약한 면이 공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도 그랬다. 실제 나도 그런 것 같고.

연기하는 동안 영감을 준 배우가 있다면?
학교 다닐 때 BBC 방송국에서 하는 <햄릿>을 본 적이 있다. 햄릿을 연기한 로렌스 올리비에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얼굴과 목소리, 모든 것이 앙상블된 신체를 보면서 저런 햄릿도 있구나, 경악을 금치 못했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 디테일하게 햄릿의 고뇌를 담아냈다.

<햄릿>과 같은 고전 희곡에는 인간의 원초적인 갈등과 본능이 잘 담겨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당신의 연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당신도 햄릿을 연기하면 잘할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워크숍 작품으로 <햄릿>을 준비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무대에 올리진 못했지만 기회만 닿으면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학과를 다니던 시절, 무대에 올린 작품 중 인상 깊었던 게 있다면?
아서 밀러의 <시련>을 기말공연으로 올린 적이 있다. 무려 3시간짜리 연극이었다. 내가 맡은 존 프락터라는 인물은 거의 2시간 40분 동안 등장한다. 감정적인 부분보다 체력적인 부분을 안배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 마지막 장에서 프락터가 절규하며 쓰러질 때 에너지 소모가 컸다. 힘의 안배를 못하면 마지막 부분에 가서 에너지를 모아낼 수 없다.




<하얀거탑>에서도 촬영분량이 많은 편이라 육체적으로 힘들겠다.
수술실에서 스물 몇 시간을 촬영한 적도 있다. 다른 신보다 수술 신이 훨씬 힘들다. 오래 서 있어야 해서 목부터 무릎까지 안 당기는 데가 없다. 수술 신 끝나고 나면 몸이 너무 힘들다.

체력단련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조깅을 많이 하고, 촬영이 없을 때 가능한 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 한다.

<불멸의 이순신>은 대하드라마였다. 한 인물에 대한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염두에 둔 게 있다면?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의 초년부터 노년까지 연기했다. 어느 시점에 목소리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스럽더라. 그리고 드라마의 경우 다급하게 찍는 경우가 많아 가끔 슛 소리를 감당 못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카메라가 돌아가려는 순간 감정이 안 잡혔으니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배우는 감독이 슛 소리 하는 순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 또한 300~400명 되는 보조 출연자와 스탭들이 나 하나만 기다리고 있는 데다 촬영장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옆에서 소리를 지르고…. 그러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문제는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순발력을 키웠겠다.
맞다. 나 혼자 작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도 컸다. 또한 나를 둘러싼 많은 선배 연기자와 조화를 이루는 부분도 내가 풀어가야 할 과제 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압박감과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 등 스트레스가 컸겠다. 보통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 편인가?
운동으로 푼다. 시간 날 때마다 운동한다.

헬스를 하나?
헬스는 연기자에게 안 좋은 운동이다. 근육과 같이 몸에 잔상이 많이 남는 운동은 피하는 편이다. <불멸의 이순신> 초반에 청년 이순신이 윗옷을 벗고 밭을 매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근육을 보더니 옷을 다시 입으라더라. 내가 봐도 그건 에로비디오의 한 장면이다.(웃음) 배우의 몸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떨어뜨리게 할 수도 있다. 모델이 아닌 이상, 무리한 헬스는 연기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 촬영 초반에 살이 많이 빠지는 편이다.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살이 빠진다. <하얀거탑> 촬영 전에 이미 2kg이나 빠졌다.

계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아마도 다음 작품에선 변호사 역을 맡게 될 것 같다.

이번에도 전문직이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는 대로만 믿는다. 이순신 역을 맡았을 때도 현대극만 하던 애가 사극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 많았다. <불멸의 이순신>이 끝나고 나니 사극이 잘 어울린다며 사극 캐스팅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지금 내가 의사 역을 하고 있으니 변호사도 어울릴 거라 생각한 것 같다. 냉철함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직업이란 점에선 비슷하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마지막 것을 믿는 것 같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계속 대본을 손에 쥐고 있다.
늘 대본을 끼고 있는 편이라 대본이 눈앞에 안 보이면 불안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대본에 깨알같이 메모를 해놓는 편이었다. 원래 공부 못하는 얘들이 책에 시커멓게 줄 쳐놓지 않나.(웃음)

앞으로 어떤 역을 맡고 싶나?
계속 스릴러만 하게 돼서 이젠 누아르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사진 주성용

출처 : 김명민 원래 최도영역 제안받아... 필름 2.0과의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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