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미녀는 괴로워>의 숨은 보석들

timid 2007. 1. 3. 00:03

 

위부터 차례대로 한나의 아버지[임현식], 기획사 이사 부자[성동일, 김용건]

자장면 배달부[박노식],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이한위]

 

 김아중은 참 얼굴도 몸매도 예쁜 여자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녀'가 아니라 미녀를 그 자리에 있게 해준 조연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거기에 러브홀릭의 멤버 이재학의 주옥같은 음악이 더해졌으니 웃음과 감수성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위랑은 별개로 그냥 영화 내용에 대해서 끄적거리자면,

 한나는 불쌍한 여자였다. 미모와 아름다운 몸매, 그것말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아미의 콘서트 무대 뒤에서 립싱크를 하고 전화상담[?]을 해서 악착같이 모은 돈을 자기를 위해서도 아니고 정신병자인 아버지에게 쏟아 붓는다. 게다가 뚱뚱하고 못생겼다, 그 이유로 여기저기서 곱지 않은 눈빛을 받고 살아왔다. 그래서 늘 자신없었다.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건 잘생기고 실력 있는 한나와 아미의 매니저 상준이었다. 오직 그 사람 하나만 바라보면서 생명의 위협까지 있는 전신 성형을 감행할 수 있었다. 그녀는 미녀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잠시동안. 그동안 입던 청바지 바지 한통에 다리 둘을 넣고 껑충껑충 뛰어다닐 수도 있고, 백화점 쇼윈도에 걸린 예쁜 옷도 마음대로 입을 수 있고 사람들의 시선은 부러움 내지는 질투. 모든 걸 가진 것 같았지만 그것도 결국 잠시동안이었다.

 

 [가슴을 찢어놓고 휴지로 될 것 같아요? ]

 

그 가슴을 찢어놓은 건 상준이 아니라, 한나 자신이었다. 미녀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그건 강한나가 아니라 제니일 뿐인걸. 강한나는 어디있지? 무대뒤에서 노래 부르면서 모니터 속 상준을 보면서 마냥 행복해하던, 친구 정민이와 삼겹살 먹으면서 수다떨던, 짐인 동시에 삶의 활력소가 되주던 아빠와 춤을 추던 강한나는 어디로 간걸까. 이젠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것 보다 더 아픈 일들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지만, 잃어버린 강한나를 찾아서 갈 수 있어, 아니 가야한다.

 

 

뚱뚱하고 못생긴 한나와 키작고 소심한 자장면 배달부 노식이 아저씨와, 얼굴이 빨갛고 못생긴 나.

 

 [ 다가갈수 없는데 바라보지도 못하면 어떻게 해야되는건데요.

   좋아하는 사람의 발자국이라도 따라 걷고싶은 심정을 알아요?]

 

못난 주제에, 못난 사랑하는 주제에 뭐 그렇게 억울하고 슬픈 게 많은 건지. 세 사람이 너무 닮아서 난 참 슬펐다. 스토리는 참 간단하고 쌈박했다. 영화는 해피 엔딩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녀가 되버린 강한나의 무지개빛 사랑이야기일 뿐이라서 많이 웃고 많이 울고 나서 참 씁슬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참 아이러니했다. 영화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는 알겠는데, 영화는 그닥 호소력있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만약 강한나가 전신성형을 하지 않고 나타났다면 상준이 한나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정민[김현숙]이 공학[이한위]에게 전신성형수술을 주문하는 장면에서 눈이 확 떠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현실. 참 재미난 꿈을 꾸고 나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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