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부스러기

Recuse me, ma'pretty woman

timid 2006. 12. 12. 23:18




[귀여운 여인]은 간단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여주인공 비비안은 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창녀'[어감이 좀 강하네]고 남주인공 에드워드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사업에 철두철미하며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잘난 남자다. 얼핏 여느 영화와 드라마처럼 비비안이 에드워드의 부와 명예에 의해 자기 신분까지 구제받는다는 내용, 으로 볼 수도 있다. 마치 신데렐라가 유리구두 하나에 더럽고 지저분한 먼지 투성이 다락방에서 화려한 궁전으로 왕자님에게 가버린 것처럼. 하지만 그건 이 영화를 껍데기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구제받는 건 비비안이 아닌 에드워드였다. 감정 따위는 어떻게 다루는 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저 이성으로 그 감정을 누르는 것만 할 줄 알던 차가운 사람에게, 비비안은 온기를 줬다. 호텔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가질 때가 아니면 키스하지 않는다는 그녀가 낸 용기로 두 사람이 나누는 진한 키스는 물론 므흣*-_-*하기도 했지만서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용과 마녀로부터 지켜내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깨우기 위해 키스하는 왕자의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하면 내가 이상한 걸까? 비비안은 봄이 오지 않는 겨울에 분 사뿐한 봄바람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시간당 몸을 팔아도 그녀의 영혼은 그어떤 사람들 보다도 맑고 순수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록 그녀가 창녀이었든 욕쟁이었든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게 아닐런지. 여튼 러브스토리나 멜로는 정말 별로지만 [귀여운 여인]은 영원한 우리의 '귀여운 여인'이 있어 용서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나 역시 돈많고 잘생기고 게다가 매너까지 끝내주는 에드워드 같은 사람이 어느날 반짝 나타나 날 사랑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우리에겐 내 습관안에, 내 차가움 안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살던 내게 손을 내밀어 줄 비비안 같은 사람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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