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여신
맞닿을 수 없어서, 잡힐 듯 너무나 멀어서 아름다운. 바보들의 사랑. 수평 무지개같은.
사랑은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 토모야의 등뒤에, 아오이의 어깨 너머에. 그리고 무지게 저너머에도.
두 사람은 너무도 바보라서 그 사랑을 볼 수 없었는지, 아니면 보고도 못 본 체 했는지도 모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카나보다도 더 사랑을 볼 줄 몰랐던 바보. 토모야.
그런 바보를 오랫동안 묵묵히 바라만 본
끝끝내 뒤돌아세우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망설이다가
그 바보가 바라보는 곳으로 쿨한 척 등떠밀어버린 바보. 아오이.
시종일관 바보들의 행진이었다. 그래서 참 깨끗한 영화였다. 너무나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고 그것에 질려버리는 요즘 사람들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 영화는 내내 조붓하고 아늑했다.
우유부단한 점도 좋아
끈기 없는 점도 좋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점도 좋아
둔감한 점도 좋아
웃는 얼굴이 가장 좋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도 서로 나눈 적 없었지만 그렇게 바보들의 사랑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부터,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보이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무지개처럼. 서로 만날 수 없는 무지개의 양쪽 끝처럼 그렇게.
사족을 더 달자면
디테일이 부족했던 게 아쉽다. 스토리 구성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제2의 러브레터'라고 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어보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니 보고있는 동안에도 자꾸 [러브레터]가 보고싶었다. 솔직한 표현을 하자면 [러브레터]가 '그리웠다.' 아마도 닿을 듯 닿지못하는 그들의 사랑을 보며 느낀 답답함이 설레임보다 컸던 탓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