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
기대를 많이해서 그런지 실망도 컸다. 예고편에 쏟은 정성을 영화에 좀 더 쏟았다면 퀄리티면에서 훨씬 좋은 영화가 나왔을텐데.
비쥬얼 좋았다. 치밀한 캐릭터 구성 좋았다.
하지만 여지없이 무너지는 결말에
찰지지 못하고 서로 겉도는 스토리.
너무 많은 단서들.
개성만점의 캐릭터를 스토리안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감독의 연출력.
호기심으로만 두뇌에 잔뜩 유희를주더니
스토리로 두뇌를 잔뜩 우롱해놓고 갔다.
한국 관객들은 이미 감독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하다.
짧게 정리한 내 감상평은 대략 이렇다.
예고편부터 티저포스터까지 상당했다. 다섯 주인공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그 캐릭터만 충분히 살린다면 영화는 스토리의 구성짐 여부를 떠나 참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여지없는 감독의 실수다. 다섯 가지 각각의 매력- 예를 들어 환의 야누스적 면모나, 노의 다혈질적 성격같은 것들이 비중의 균형을 잃고 쓸데없이 지나치게 남발되었을 뿐더러, 심지어는 여러가지 성격의 캐릭터를 동시에 한 스크린에서 살리려다가 결국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군상群像들만 낳았다. 정의 '가슴시린 주먹솜씨'나 규의 '무서운 기억력'은 그저 그들의 캐릭터만을 구별지었을 뿐, 영화 전개상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데엔 실패했다. 류의 카리스마는 환의 죽음 이후 영화의 중심을 이어가기에 충만한 것이었지만, 류의 아우라가 팽배함은 곧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폼만 잡는 것 같다는 느낌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어제 본 [달콤한 인생]과는 참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두 영화 모두 총이 수도없이 오가고, 인물 캐릭터가 복잡하면서도 분명하다. 하지만, 두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은. 그 안에 뭔가 관객들이 건질 만한 것, 그것이 감독이 주고자 했던 감동과 일치했을 때에 오는 조화에 있다고 본다. [퍼즐]의 경우 범인 x가 누군지 뻔히 짐작이 가면서도 그 자를 쫓는데 동참하게 만들었을 뿐, 정확히 x가 그들을 불러내어 복수를 꾸민 명분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보고있는 중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가, 보고 나오니 꿈을 깬 듯 멍하고, 내가 뭘 봤나 싶다. 오락영화란 것이 그렇지만, [달콤한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오락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안엔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뤄 스크린에 녹아있고, 그 속에 거의 원톱으로 내세워진 이병헌의 성격 묘사 또한 치밀했다. 또, 제목에서부터 영화 전반과 후반, 끊임없이 감독은 말 그대로 '달콤한 인생'이란게 뭔지 관객에게 수도 없이 말을 걸어온다. 그것이 비록 에둘러치기일지라도 충분히 운치 있고, 어느 정도 똑똑한 관객이라면 생각의 스펙트럼 끝에 '그렇구나'라는 답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갖고있다. 비교하긴 싫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퍼즐]에 대한 혹평을 적어놓게 되었는데, 이 영화가 나쁘다기 보다도 난 아쉽다는 말을 하고 싶다. 캐릭터를 조금만 더 조화롭게 살렸다면, 구성이 조금만 더 찰졌더라면 분명 어느 느와르/스릴러 못지않게 좋은 작품으로 남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