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만석

timid 2006. 8. 21. 13:47

 

내가 이분을 처음 텔레비젼에서 본건 [신돈]에서였다. 수능끝나고 요즘은 왜이렇게 재밌는게 안하나 괜한 타박을 하면서 채널을 여기저기 돌릴 때, 신돈의 제자뻘되는 '원현'이라는 역할로 나왔었다. 뭐 저런놈이 다있나, 싶었다. 텔레비젼에서는 처음보는 얼굴인데, 연기색깔이 정하연 작가의 작품답게 굵고 진했다. 조연치고는 좀 부담스럽기까지했다. 혜란이가 이 사람 좋아라할때 이해를 못했다. 신인인것같은데 신인치고는 연기 꽤 하는구나 싶었다. 나중에 알고나니까 이사람 뮤지컬도 하고 연극도 하고 꽤 능력있는 배우였다. [헤드윅][사랑은비를타고]등 걸출한 뮤지컬에서 주역자리에 있었고, 영화 [왕의남자]의 원작 연극[爾]에서 공길을 맡은 초기멤버였다. 영화를 보고나서 나중에야 알게된 것이지만 원작에서의 공길은 영화에서의 그처럼 연약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물론 그의 양성성이 연산군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에 전개과정에서 동성애는 필수코드였지만 공길에게 있어 연산이나 장생이나 사랑,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으며 그것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그는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영리한, 그리고 교활한 인물이었다. 연극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이런 얘기 나불대는것이 민망하지만, 여튼 오만석씨는 이런 복잡한 캐릭터인 공길을 무대에서 현실화했고, 상연 초기 연극[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한 대단한 연기력의 소유자였다.  나이도 무려 서른한 살 씩이나 '잡수셨다.' 그런 분이 드라마 주인공을 맡으셨다길래 난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근데 윤은혜가 상대역으로 나온대서 좀 놀랐다. 제목도 뭐?[포도밭 그사나이]? [신돈]에서 물씬 풍기던 정극속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사라진 셈이다. 윤은혜 꼴보기 싫어서 안보려고했는데, 도저히 안보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웃기고 재밌다. 난 솔직히 요즘 [주몽]보다는 [포그사] 추구한다ㅋㅋㅋ 정극에서의 무거움따위는 버린지 오래다. [디진다!]갓 올라온 서울처녀 윤은혜와의 환상궁합ㅋㅋㅋ 무뚝뚝하면서도 따뜻한 드라마 속 택기의 성격은 농촌과도 닮았고 수다스럽고 쾌활한 극중 지현과도 어울린다. 브라운관에서 오만석씨를 본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가 보여줄 팔색조같은 모습은 브라운관 밖의 관객들의 기대 이상으로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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