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합니다.

timid 2006. 2. 17. 11:55

인명여고, 내 손이 닿은 곳, 그렇지 않은 곳 어디든 애정이 많이 남아 아쉬웁고 서운할 뿐입니다. 좁아터진 복도와 후질구레한 시설 속에 많이 타박도 하고 듣지도 못하실 이사장님께 탄원도 많이 했지만 그렇게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미운정이고 그것도 정이라고 떠나려는 저를 새롭게 붙잡습니다.

3월 2일, 그 첫 날, 오돌오돌 난방도 되지않는 컨테이너 교실에서 재량수학 김석창 선생님의 [육실할, 빙신같은] 등의 관용어를 접하며 더더욱 고등학교 새내기로서의 두려움과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떨면서도 왠지모를 기대를 놓지 못했습니다.

아무렴요, 진단고사 처음 보러 간 날은 지도 교사 선생님이 자일리톨 껌 씹으시며 육두문자를 뱉으실 땐 식겁을 할 뻔 했습죠. 하지만 그 분이 1학년 담임 선생님이 되시고, 저랑 징한 1년을 보내신 고마운 인연이되셨으니 참 사람의 사는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낯설었던 인명여고와도 3년간을 함께 울고 웃었더니만  졸업이라는 것이 찾아와서 예상은 했었으나, 그보다 더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이젠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조금 해봅니다. 교복입고 혹은 고운빛깔 반티 내지는 체육복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영풍과 신세계를 활보했던 그 시절. 아마 다신 오지 않을 그 시절이 문득 그립습니다. 이젠 아무도 아침에 나를 일찍 일어나라 깨워주지도 않을것이고 지각하지 말아라, 일찍 좀 다녀라 타박하고 벌주실 분도 계시지 않겠지요. 그땐 그런 날이 오길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오늘 아침 아무도 깨워주지 않고 혼자 일어난 제 모습을 곤히 살펴보고있자면 겸연쩍고 허전함을 감출수 없습니다.

쓰다보니 너무나 길어진 이 글, 아직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이쯤에서 접기로 합니다. 2월 15일 아이들이 없는 빈 교실, 종례 후 웃으며 울며 밀가루 던지고 놀던 흔적만 휑하니 남아있는 이 교실에 자꾸 애정이 갑니다.

졸업식후우리반풍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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