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의 단면들
[게이샤의추억]
[무극]
글쎄, 시각미가 꽤 대단할거같기는 한데 씁슬하다.
[게이샤의추억]에서는 장쯔이와 동양을 주제로 삼는 다수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던 [이렇다할 주연작은 없다] 와타나베켄의 러브스토리가 주요 이야기라지만 영화의 전반을 수놓는 게이샤들의 아름다움이라던가 기모노의 우아함 등은 서양인들에 대한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만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1929년이라면 그당시는 참 비참했을 때인데,
1930년에 만주참변이 있었으니까 그 전까지의 전쟁 준비에 한창이었던 일본은 식민지였던 조선은 말도 할 수 없을 만치 고통이 심했을뿐더러 그 본토 역시 전시체제에 앞서 산업발달을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유럽의 산업혁명 때처럼 많은 시간을 일하고 적은 대가로 신음했을 시기였을텐데. 게이샤의 추억이니 나발이니, 서양인이 그려낸 그 시대의 일본이란, 코웃음부터 나온다. 감독은 헐리우드 사람에 극중 인물들은 모두 영어로 대사를 한다.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이란 것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그들은 제국주의 시대 때부터 무력보다 강한 문화적 우월성을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강하게 동양인들에게 주입시켜,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의식을 남겼고 그런 식으로 빠르게 동양과 소위 [미개]국가들을 무릎꿇렸다.
오늘날 서양인들은 그 때와는 좀 달라보이기도 한다. 얼핏 동양인들을 신비롭게 여기고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의 의식 저변에 동양인의 문화란 신비한 것일뿐, 역시나 서양의 그것보다는 저급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음은 부인할수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동양에 대한 진지한 학문 연구보다는 불상과 도자기같은 사치품, 예술품, 스시와 김치 등의 식품류, 잘해야 기모노 한복 정도의 의류 정도의 피상적인것에만 관심을 둘 뿐인 것이다. 그들이 쫓고 있는 것은 동양의 껍데기 뿐, 동양의 겸손을 미덕으로하는 문화의 본질은 그들의 논외거리일 뿐. 이런 와중에 영화계에서도 그런 서양인들의 얕은 인식을 자극하는 류의 영화가 쏟아져나오는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첸카이거 감독 역시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치중하다가ㅡ물론 이야기의 큰 틀에선 벗어나지 않았지만ㅡ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디테일 묘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웅]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의 세계를 향한 차기작 [무극] 역시 한중일 합작 영화라는 점에서는 의의가 크나, 화려하고 장대한 중국적 동양미를 그려내다가 정작 중요한 본질을 잃을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