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여러가지 생각나는대로 끄적끄적..
이틀씩이나 지나버린 일이지만 기어이 [불멸의 이순신]이 막을 내렸다.
기대가 큰 탓이었나, 팬까페에서 괜한 꼬릿말달았다가 매도당할것이 무서워서
차마 못 올리고 여기에 써본다. [불멸의 이순신]이 후반부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이제서야 언론과 인터넷 신문에서도 스믈스믈 [이순신 신드롬]을 부추기는 옐로우 저널리스트들의 움직임이 개시된바 있다. 난 그게 옐로우 저널리즘이든 블루 저널리즘이든간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극에, 그것도 나라의 영웅 이순신이라는 사람의 일생을 한편의 전기처럼 다루었다는 점에서 현실속에 영웅이 부재를 개탄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해줄 만한 작품같았다.
그런데 마지막회에서는 썩-_- 아무리 관심과 애정 많은 시청자라지만 그동안 차곡히 쌓여온 불만들이 한순간에 툭 튀어나오는 기분이랄까 좀 뭣했다. 작가의 미흡한 구성이 기어이 절정에 다달은 듯한-_-씁슬함. 물론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마지막회에 깊은 감동을 받으신 뭇 시청자들이 분개하실만한 껀덕지도 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제작진들이 아무리 자살설을 다루지 않았다고 부정한다지만 드라마에서의 이순신의 발언이나, 이에 민감한 눈총을 보내는 권부사 등의 행동은 자살설을 믿게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불멸의 이순신]공식 팬까페 대문에는 그의 자살을 은근히 긍정하는 글의 일부분이 발췌되어 올라와 있더라.[물론 주제가 그런 내용이 아니었지만] 이래서 사극이 무섭고 대중매체가 무섭다고 하는것일까.
나도 한때 자살설 내지는 은둔설에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 그상황에 놓여진 이순신이란 사람이었다면 정말 노량해전 대신 수많은 군선과 군사를 이끌고 도성으로 진군했을 지 모르고, 그게 아니라면 당쟁에 휘말리는 게 두려워 남해 외딴 섬에서 글줄이나 읽으며 여생을 마쳤을 지 모른다. 상식적으로 사지에 몰린 사람들은 이렇게 저항 내지는 도피의 형식으로 사지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 이유에서, 거기에 몇가지 증거들을 더 보태서 몇몇 사람들은 이순신의 자살설과 은둔설에 대한 주장을 조심스레 꺼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전란 중에 조선 수군 최고 제독으로서 죽기까지 불사했던 그의 충정, 그리고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수많은 행보로 보았을 때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 그 이상의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적이 보이지 않은만큼 너무도 큰 광활한 바다앞에서 그는 전승(全勝)의 쾌거를 이루었다.
23전 23승 불패의 명장이었으나 그의 충성을 나라에게서 끊임없이 의심했받았다.
정유재란 이후 그의 순국 직전은 매우 불우했음에도 일기엔 그저 [세상에 나같이 불행한 사람이 또 있을까]하는 한숨과 탄식뿐 나라에 대한 불만은 적혀있지 않다. 그런 그가 일신의 안위를 위해 은둔 혹은 자살을 택했다는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
그저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적을 온전히 당신의 손으로 거두고 싶었던 순수한 충정뿐이었으리라, 하고 생각한다.
[讐夷如盡滅 雖死不爲辭
陣中吟 中]
아 그리고 쓰는 김에
아직 미흡했던 CG의 압박에 대해 적고싶다. 첫회부터 4회까지는 주체할 수 없는 100억 예산에 마구잡이로 CG를 남발하여 네티즌들의 거부감을 산 반면에 드라마 후반부에서는 정작 중요한 전쟁장면을 그냥 내레이션 몇가지와 폭탄으로 어설프게 처리해서 눈총을 받은바 있다. 특히 4회 이후 첫 해전이었던 옥포해전에서 '100분 내내 폭발장면 재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지.
전쟁 드라마도 그렇고 전쟁을 다룬 많은 작품들은 사실성이 생명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선 앞장면에 참혹하기까지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했고, 사실성을 불어넣어 주었다. 영화 한편의 사실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 막대한건은 묻지않아도 당연한 사실. 하물며 드라마에서랴. 100회 분량과 100억 원의 예산. 1회당 평균 1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물론 1회마다 전쟁장면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작품배경이 바다이고 그들이 주로 다뤄야하는 것들은 해전이기때문에 거기에 수송되는 카메라하며 조명 때문에 스텝진들의 노고는 말할 것이 없겠다. 내 말은 그러면서도 아직 2%부족한 점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사극은 사극으로서의 무게를 벗고 새로운 시도를 진행중이다. HD사극, 퓨전 사극이다 하는 것들이 그것들인데, 이들은 사극=대하 드라마 라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여 시청자들에게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사실성은 물론 허구를 적절히 가미함으로서 인물의 인간미와 그들간의 갈등 애증등을 섬세하게 그려내 사극이라는 큰 구성물을 단단하게 만드는 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만약 이순신을 다루는 다른 드라마가 언젠가 나오게 된다면 그런 시도도 괜찮을 듯 하다. 물론 그 주인공이 이순신 장군이라는 측면에서 허구는 그에 대해 많이 알려진 사실에 빗대어 많은 비난을 받을테지만, 분량은 줄이는대신 질을 살리는 전략은 한번쯤 고려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하고.